토요일 어린이 미사전 시간이 남길래 맨앞줄에 장꿰를 하고 성체조배를 하고 있었다. 1학년 호철이 자리였던지 얼마후 떠뜨는 소리에 일어나니 철이가 가방을 들고 내가 일어나기를 독촉하고 있었다. 『수녀님 뭐했어요!』하고 묻는말에 『기도했지』했더니 『나도 기도해야지』하며 나처럼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제법 오랫동안 입을 오물 오물거렸다. 귀여워서 나도 가지않고 기다렸다가 철이가 일어났을때 『뭐라고 기도했지?』했더니 『있잖아요. 오늘 내 부반장된것 감사드리고요, 우리 할머니 오래 살게해 달라 하고요, 우리 아빠 오래 살게해 달라 하고요, 우리 엄마 오래 살게해 달라 하고요, 우리 누나 오래 살게해 달라 하고요, 우리 강아지 오래 살게해 달라했어요』나는 호철이 뺨을 살짝 잡아 당겨 주었다.
첫영성체 교리때 어린이들에게 아침, 저녁기도를 부모님과 함께 꼭 바치라고 했더니 어느날 요한의 어머니가 와서 하는말씀, 저녁기도때 요한이가 없어 보니 피곤해 쓰러져 자고 있더란다. 깨우지않고 그냥두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요한이가 없어졌더란다. 이반 저방 찾다가 마루방에 가보았더니 그곳에 기도서를 펴놓고 기도하는 요한이를 보았단다. 『너 왜 우리하고 같이 기도 안하고 혼자하노?』하니까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 『어제 저녁 기도를 못해서 지금하고 있어요 』하더란다.
나는 가끔 기도가 되지 않는날 성당 맨앞줄에 가서 호철이의 기도를 흉내 내본다. 『하느님 있잖아요, 제가 수녀된것 감사하고요, 우리 젤멘 수녀님 병낫게 해주고요, 우리 비안네 수녀님 병낫게 해주고요, 우리 스타니슬라오 수녀님 병낫게 해주고요, 우리…』오랜세월 병고로 누워계신 우리 수녀님들을 한분씩 기억해 본다. 웃음이 절로 나오면서 이상하게도 기도가 하고 싶어진다. 자꾸 하느님 있잖아요, 오늘 하루 좋은 날씨 주셔서 감사하고요, 씩씩하게 걸어 다닐수 있는 튼튼한 다리 주셔서 감사하고요, 잘 먹을수 있는 입을 주셔서 감사하고요, 잘 살게 해주셔서 감사하고요, 날마다 일을 할수 있게해 주셔서 감사하고요, 날마다 사랑 할수 있는 시간 주셔서 감사하고요, 저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게해 주셔서 감사하고요, 무엇보다 제뜻대로가 아니라 하느님 뜻대로 일하시니 감사합니다.
불평과 원망으로 가득찼던 마음이 감사와 평화로, 내뜻이 이뤄지지않아 안달하는 나에게 하느님 뜻을 채우는 이기도 방법은 요한이와 호철이가 가르쳐준 단순하게 나를 하느님께로 더높이게 하는 작은 촛불의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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