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5인조 팝그룹「뉴 키즈 온 더 블록」의 내한 공연과 관련, 일어난 일련의 불상사는 우리의 사회ㆍ학교ㆍ가정 교육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읽게 해준 사건이었다.
수만명이, 그것도 부산, 전주, 대구 등지에서 모여든 소녀들은 호텔 숙박까지 하면서 수만원에서 수십만원까지의 입장료를 내고 팝가수의 공연에 동참, 자정이 넘은 시간도 잊은채, 고성ㆍ비명을 지르며 열광했다.
정상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곤란한 이 같은 작태를 연출케 한 근인(近因)은 물론 수십만 달러를 들여 외국 팝가수를 초청하고, 맨 바닥에 영악하게도 좌석번호까지 매겨 지정석이라 이름지은 주최자의 상업주의 근성이다.
모 레코드사가 돈벌이를 위해 정원을 초과시킨 작태 등은 그래도 참을 수 있다.
그러나, 공익기관인 방송사가 연일 각종 쇼와 팝가수의 노래를 방영, 방송해온 것이 결과적으로 이번 10대 광란을 장기적으로 배양해 왔다는 사실이 명백해져 버렸다.
TV와 라디오는 불상사를 빚은 주최자의 상업주의를 비판했지만 다른 시간대에선 앞으로도 쉬지않고 이와 유사한 각종 쇼를 공연, 새로운 「집단 히스테리」상태를 연출케 할 것이 아닌가.
더군다나 모 TV방송사는 이번에 문제가 된 「뉴 키즈 온 더 블록」가수들을 60분물로 제작, 특집프로그램으로 방영하는 어처구니없는 짓을 자행한다니 시정을 강력히 요청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사회의 문제는 「돌발 사태」를 보고 경악, 소동을 벌이다가 곧 망각의 상태로 되돌아 간다는 것이다.
이미 사회내에 깊이 내재돼 있는 문제의 원인을 들여다 보고 파헤쳐낸 후 여론을 수렴, 다시금 재발않도록 사회적ㆍ법적인 제도적 조치를 좀처럼 취하려하지 않는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번 기회에 저질ㆍ퇴폐성을 부추기고 향락을 조장하는 TV의 각종 난잡한 프로는 없애야 한다.
이와 함께 도시마다에 수십ㆍ수백개가 넘는 중고생 상대의 노래방ㆍ다방 등을 점검, 법적인 제재를 가해야 한다. 이 노래방ㆍ다방에서 10대들이 술ㆍ담배를 하며 팝송을 듣고 있는 사실은 이미 알만한 이는 알고 있는 바이다.
감수성이 예민하며 사춘기때인 청소년은 가치관이 정립되지 못한 때라 옳고 그른 것을 판별할 힘이 약하다. 그래서 그들은 상상력을 공원, 학교 가정 사회에서 생긴 스트레스ㆍ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영웅을 찾는다. 그들은 쉽게 접할 수 있는 이를 영웅으로 받들고 숭배하면서 거기에 쉽게 빨려 들어가곤 한다.
이러한 심리를 가진 청소년을 위한 놀이공간은 거의 전무하고 어른들을 위한 시설만 있다보니 이번 사태는 자연발생적일 수도 있겠다.
정부의 관련 부처와 민간단체들은 이번 사태를 보고 중지를 모아 청소년들이 즐길수 있는 놀이문화를 창출하고 그들이 마음껏 젊음을 발산할 수 있는 마당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번 사태는 과소비ㆍ외제선호ㆍ향락행태 등 어른들의 잘못된 본이 그대로 청소년들에게 감염된 대표적인 사례가 기성인들의 대오 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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