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내에서 교리교재를 둘러싼 논쟁이 일고있다. 그것은 지난해 8월「정의구현사제단」이 발행한 4권으로된 「신앙생활」교재에 대해 「평화일치설천회」가 신랄한 비판을 하고나선 것이다.
먼저 정의구현사제단이 이 교재를 내게된 배경은 『본당ㆍ학교 작은 공동체ㆍ노동사목ㆍ농민사목ㆍ빈민사목ㆍ청년사목ㆍ일반성인사목에 적절한 신앙입문서ㆍ그리스도신자 신앙입문서가 요구되는데 아직 마땅한 교재가 없어 이 공백을 메꾸려고 소박하고 쉬운 언어로 이 교재를 쓰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이 교재를 만드는데 민중교육의 방법론과 원리를 이용, 단순히 신앙의 진리를 머리속에다 암기하도록 가르치는데 그치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사랑과 정의가 넘치는 하느님나라 건설 운동에 투신하라는 하느님의 제안에 개방된 마음으로 응답하는 그리스도신자 생활을 하게하려고 한다』고 덧붙이고 있다.
그리고 이 교재를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기위해 첫째, 반드시 공동체(학교ㆍ교회ㆍ가정ㆍ신자모임ㆍ사목운동단체 등)안에서 읽고 묵상하고 생각을 나누고 둘째, 항상 성서를 옆에 두고 해당하는 대목을 참조하도록 권하고 있다.
이에 대해 평화일치실천회는 16절지 8페이지 분량의 「정의구현사제단의 신교리서 논고」란 글머릿말에서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원용한 문규현 신부의 통일신학이 론을 펴낸 정의구현사제단은 최근 또다시 전4권으로된 「신앙생활」이라는 표제로 이단적인 신「교리서」를 펴냄으로써 한국천주교회내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책은 남미 가톨릭교회내에서의 유포되고 있는 「민중신학서」를 번역하여 한국의 사회상황에 맞춰서 정통 천주교 교리를 근본적으로 전복하고, 신앙교리전부를 맑스주의 세계관으로 조명ㆍ분석하고, 종교활동이나 교회의 역할을 계급투쟁을 위한 혁명운동에 투신케하는 해방신학논리로 저술되고 있다』면서 『지금이 어떤 시기이기에 시대착오적인 이런 교리서가 간행된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수 없는 일』로 밝히고 있다.
우리는 이 교재를 발행한 정의구현사제단이나 이 교재를 이단시하고 있는 평화일치실천회 양편에 대해 시비를 가리고 싶은 생각이 없다. 무엇보다 교재를 둘러싸고 이처럼 심한 비판이 나오고있는 현실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주지하는 것처럼 정의구현사제단이나 평화일치실천회나 둘다 교회권위가 인정하는 단체는 아니다. 비공인단체들이기에 그들이 하는일을 쉽게 무시해버릴수도 있으나 그 영향을 감안하면 그냥 내버려 둘수만은 없을 것이다. 특히 교리교재문제는 더욱 그렇다.
오늘날처럼 각계층에 맞는 다양한 교리교재가 필요한 때에 만일 정의구현사제단의 주장대로 책 내용이 유익하고 아무런 하자가 없으면 이 책을 널리 선전되고 이용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반대로 평화일치실천회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 책들은 판금되고 회수돼야할 것이다.
교회는 출판물이 신앙이나 도덕에 해독을 끼치는 지를 감독하고 특히 교리교재의 출판을 승인하는 권한을 주교들이나 주교회의에 맡겨놓고 있다. (교회법제823조 ①ㆍ②항, 제827조①ㆍ④항)
지금 논란의 대상이 되고있는 「신앙생활」지에 대해 각교구장 및 주교회의차원의 올바르고 신속한 판결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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