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선거를 치루는 해인데, 우리나라 정당정치의 문제핵심은 정강정치가 아니라는 점이라고 본다. 정당은 여럿인데 각 정당마다 국민에 대하여 실현을 공약하는 정책의 대강인 정강이 없다. 그러나 보니 아이들의 놀이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처럼 누가 보가 싫으니까-정치이념도 없이-다른 정당을 만들고, 이 당에서 몸 담고 있다가도 금방 저 정당으로 가 붙는 추태가 만연하다.
선거를 앞두고 벌써 민자당, 민주당, 무슨당, 무슨당, 무소속해서 목청들을 높이고 있다. 그런데 역시 정강정치가 아니기에 감당도 못하고 책임도 못질 공약만 난발하고 타정당 공격 내지는 인신공격이 주된 선거유세가 되기 쉽다. 이처럼 정치사회를 볼 때 뚜렷한 정강이 없기 때문에 그 때 그때 떠들어 대는 하루살이식 정치와 소인배적 작태가 나오기 마련이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한국천주교회는 한국 현실에 필요한 목표설정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없다. 목표가 정해져야 목표달성을 위한 방법들이 모색되며 교회의 모든 구조나 단체활동 등이 이 목표달성을 위한 것으로 초점이 맞춰질텐데 말이다. 이렇게 목표설정이 안되어 있기는 한국교회 전체나 교구나 본당이나 거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한국천주교회가 2백주년을 맞을 준비를 할 때 만큼은 뚜렷한 목표하에 교구들과 각 본당들이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삶을 살아서 교회 내외적으로 힘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천주교회와 교구의 목표가 설정되지 않았기에 사목정책, 사목방법도 개발되지 않은 채 그냥 하루하루 사는 것 같다.
이를 뒷받침하는 예로서 한국천주교회의 선교 둔화 원인으로 뽑히는 것이 역시 선교정책이 없다는 점이다. 교회일을 하면서 가장 답답하고 힘든 것 중의 하나는 바로 교회의 목표 및 정책부재 상태에서 일하는 것이다. 고생을 하더라도 목표가 뚜렷하면 달게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목표가 뚜렷하지 않으면 개인적으로 답답한 것은 물론이고 교회가 겉돌아가거나 반교회적으로 살아가게 된다. 아무쪼록 한국천주교회가 그리고 각 교구가 어느 목표를 향해 나가야 하는지 근거있게 제시하여 모든 교회봉사자들이 보람있는 구슬땀을 흘릴 수 있도록 해야 되겠다.
우리 경제문제 중에 사활이 달려있는 문제는 「기술개발」이라고 본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쉽게 돈벌 수 있는 경제사회 풍토이다 보니 기술개발이 뒷편으로 밀려나 오늘날 우리 경제가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본다. 농사짓는 일도 요즈음은 머리를 써서 지어야 하고 기계사용기술습득은 물론 영농기술을 개발해야 사는 시대인데, 국제경쟁시대를 살아가면서 기술개발을 안하고서야 살 수 없음을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지금부터라도 우리가 경제적으로 살 수 있는 오직 한가지 길은 기술개발이다.
한국천주교회의 문제, 아니 세계교회의 근본문제도 역시 「기술개발」의 취약성에 있지 않은가 생각한다. 유럽 교회가 망해가는 것도 교회를 쇄신시킬 수 있는 새로운 사목적 기술개발이 없었기 때문이고 남미교회에 개신교가 휘젓고 다니는 것과 한국에 2백년 전에 들어 온 가톨릭교회가 1백년전에 들어 온 개신교 보다 부진한 것도 모두 사목에 필요한 제도적인 구조 및 사목방법이란 「기술개발」을 안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교회는 동시에 신적이고 인간적인 단체이다. 그런데 천주교회는 교회의 신적 요소를 크게 보고 인간적인 요소를 간과하다 시피 하는 경향이 많다. 그러나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있듯이 아무리 신적 요소도 인간적인 요소 즉, 교회구조나 제도 그리고 사목방법이 나쁘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성령께서도 인간적인 도구나 제도에 의해서 방해를 받으신다는 사실을 우리는 중세교회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러므로 교회는 앞으로 새로운 제도나 사목방법을 개발하는 데 많은 힘을 써야겠다.
예를 들면 초대교회가 예수님이 교회에게 주신 권한을 사용하여 사제직과 부제직을 만들고, 교구 밑에 본당을 두었듯이, 오늘날 대형화된 도시본당의 사목을 위해서도 사목상 필요한 새로운 교회직분과 교회구조를 만들수 있다고 본다.
특히 본당의 구역, 반 공동체를 옛날의 공소 공동체처럼 또는 지금의 본당 공동체처럼 발전시켜야 되지 않겠는가? 마치 산업기술개발을 위해서 연구소가 필요하듯이 교회도 성서 연구와 선교 연구, 오늘날 우리 사회와 교회의 큰 문제인 청소년 문제와 땅사고 성당짓는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연구소가 있어서 정책개발 및「기술」(=사목방법)개발을 해야겠다. 산업기술개발의 부진원인으로 무엇보다도 정부차원에서 구조적인 제도장치의 부족을 꼽는 것처럼 오늘날 교회발전을 위하여 각 교구 내지는 주교회의가 교회발전을 위하여 이러한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장치를 해주는 것이 절실히 요청된다.
아무쪼록 한국천주교회가 그리고 각 교구가 연구소 또는 각종 연구위원회를 세워 필요한 사목적 조직을 만들고 사목방법을 개발하여 봉사자들도 신나고 국민들은 복음을 더 잘 듣게 되어 마침내 하느님께 영광이 되기를 바란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