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서울에 볼일이 있어 가려고 김해공항 2층 대기실에서 시간이 여유있어 의자에 앉아있었다. 맞은편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자인 듯 싶은 5살 정도의 남자아이를 데리고 앉아 계셨는데 할아버지 할머니는 그녀석에게 한번도 눈길을 떼지않고 손짓 발짓 할때마다 연방 하하하, 허허허 웃으시는 것이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나도 그 녀석의 재롱에 따라 웃으려니까 할머니께서 언뜻 쳐다보시기에 미소로 인사를 드렸더니 손에 낀 묵주반지를 보시고는 『아이고 교우네요』아시는 것이었다.
나는 괜시리 친근감이 느껴지는지라 미소하며 고개를 끄덕이며 『손자인가 보죠? 참 귀엽네요』했다. 할머니께서는 환한 얼굴로 쳐다보시더니 당신은 아들이 하나인데 직장관계상 부산에 살고있는데 아이가 없어 8년간 애를 태우다가 5년전에 아이를 입양했다 했을때 며느리와 2년간이나 말도 안했고 작년에서야 처음 아이를 보았다고 했다.
할머니는 이상하게도 보자마자 「아이고 내자식이다」하는 생각이 들었고 녀석이 할아버지 할머니를 어찌나 따르는지 열흘이나 부산에 머물렀다가 비행기 태워준다고 서울에 데리고 간다 하시며 『내가 큰 죄를 지을뻔 했지…』하시며 담뿍 미소를 머금으셨다.
그 말씀을 들으며 나는 나의 할아버지 할머니를 떠올렸다. 단 한방울의 피도 전혀 섞이지 않으신 분들, 그분들의 키우심의 정성과 사랑의 공은 이루말할 수 없었다. 국민학교 5학년때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그때부터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뼈속까지 추워오는 철저한 고독과 존재의 상실감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그분들이 심어준 따뜻한 믿음과 사랑의 불씨 때문이었다.
비행기가 구름을 헤치고 파란 창공을 날아 올랐을때 할아버지 할머니, 손자가 나란히 앉아 정감어린 모습을 보며 참으로 뜨거운 눈물이 솟구쳤다.
하느님 정말 감사 합니다. 저 아이는 참된 사랑을 받았기에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일어 설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보았습니다. 저 할아버지 할머니 안에 살아계신 당신의 미소를!
확실히 사랑은 관심을 외부로 돌리때에만 정확히 자기를 넘어선 대상을 인식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눈이 볼 수 있는 것은 눈밖의 것이요 눈이 눈 그자체를 볼수 없는 이치아 같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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