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에게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이라도 있다면 이 뽕나무 더러 뿌리채 뽑혀서 바다에 그대로 심어져라 하더라도 그대로 될 것이다』(루가17 : 6).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에서 그 무엇 하나 하느님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이 없다. 크게는 우주만물의 조화에서부터 적게는 인간생체의 오묘함, 아니 더 나아가 밤에는 잎을 모으고 낮에는 펼쳐 하늘을 우러르는 이름모를 풀잎에 이르기 까지, 생각하면 할 수록 그 신비는 오만으로 눈 먼 우리에게 많은 깨우침을 주는 하느님의 피조물이다.
이 피조물들은 또한 하느님의 주관하심에 있어 우리는 온전히 찬미와 감사를 드릴 뿐이다. 그런 중에서도 하느님께선 특별히 인간을 사랑하시어「지혜」의 은총을 주셨으나, 그렇기로 어찌 앞일을 장담 할 수 있겠는가?
세상이 자신의 생각으로 돌아가고, 자신의 노력만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고 믿는 잘난 사람들, 그속에 주님을 알기전의 내가, 그런 우매한 인간으로 살고 있었다.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얻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있을 때, 한 친구가 교회를 다니고 있었다. 나는 주말이나 연휴때 나와 함께 여행하지 못하는 그 친구를 보며, 1주일을 마감하며 피로를 풀어야 하는 휴일에, 교회에 가야된다는 명분으로 육체적 휴식을 갖지 못하는 친구를 우습게 여기고 있었다. 그 때의 난 하느님을 믿지 않았고 충분히 생(生)에 의욕이 있었고, 자신 있었으며, 삶을 만끽하고 있었다고 생각된다. 그러다가 난 그 잘난 자존심을 한껏 추켜세워 야간대학에 진학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난 다행히도 알지 못했던 지식이며, 인간의 신비에 대해 폭넓은 식견을 얻을 수 있었다.
가방만 들고 대학이란 문턱을 들락거리기만 해도 줏어 듣는 값어치가 등록금 값은 해 낸다던 주위사람들의 말 만큼이나, 난 정말 많은 것을 대학이란 울타리 안에서 얻어 챙겼었다. 특히 내가 택한 과(課)가 유아교육과인 관계로 그동안 피상적으로만 알고있던 생명의 잉태에서부터 아이들의 사고발달이나 행동발달에 이르기 까지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그런 난 내가 낳아 기르게 될 아이만큼은 세상 그 누구보다 총명하고 올바르게 기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건 차라리 자신감이 아니라 나만이 할 수 있다는 자만심 이었다고 해야 더 적절한 표현 일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유치원에서 아이들과 2년을 보낸뒤, 난 역시 주위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 하는 세칭「잘난 사람」과 결혼도 하였다. 그때 까지만 해도 내 삶에서 좌절과 낭패감이란 찾아 볼 수 없는 순탄한 삶 이었다. 그러나 그때에 이미 하느님께선 나의 생각과 행동 하나하나를 주시하고 계시하는 것을 난 알지 못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