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세계적인 시사주간지 타임이 2월 24일자에서 주장한 이른바 현대판 「신성동맹」에 대해 교황청은 「공상적인 주장」에 불과하다는 반박성명을 즉각 발표했다. 아프리카를 순방중인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역시 기내에서 마련된 기자간담을 통해 자신이 미국 레이건 대통령과 이른바 「신성동맹」이라는 것을 맺어 폴란드의 자유노조를 지원, 궁극적으로는 공산주의를 몰락시켰다는 주장을 일축하고 자신은 『어떠한 협약이나 공식적인 동맹도 맺은바 없다』고 밝혔다.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폴란드의 자유노조를 지원 공산주의의 붕괴를 촉진하기로 비밀리에 신성동맹을 맺었다는 내용을 골자로한 타임지의 보도에 교황청이 즉각적인 반박을 하고 나선일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정치적, 혹은 종교적 논쟁을 유발시키고자 하는 바깥세상 언론들의 어떠한 「유혹」에도 곧잘 침묵을 지켜오던 것이 교황청의 공식적 태도였기 때문이다.
교황청의 즉각적인 반박성명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타임이 주장한 이른바 역사상 최대의 비밀동맹의 하나-신성동맹 운운은 실로 엉뚱한 주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론적으로 말해 타임의 보도는 우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라는 인물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이 만들어진 상상보도라는 인상이 짙다. 왜냐하면 타임은 그동안 공산주의 치하에서 억압받는 자신의 조국, 폴란드와 국민들에 대해 교황이 보여온 정장한 관심을 왜곡해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재임기간중 수차에 걸친 교황의 폴란드 방문은 그 자체가 공산정권의 몰락을 예견해주는 태풍의 눈이었다는 사실을 타임은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또 하나, 타임은 교황청의 교회적인 역할에 대해 근본적으로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전세계를 복음화하고 전인류를 그리스도의 품안에 받아 들이고자 하는 것이 교회의 존재 이유라면 교황청은 그 존재의 핵심에 속해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폴란드를 포함, 공산정권 전반에 대해 교황청이 취한 일련의 행위들은 바로 베드로의 수좌로서 당연한 역할이어야 하는 것이다. 그 일련의 행위들은 다름아닌 「공산주의자들의 회개를 위한 노력」그리고 「무너진 도덕 질서를 바로 잡는 노력」들이다.
「사목자」로서 「로마의 주교」로서 교황이 취해온 일련의 노력이 현대판 신성동맹이라는 이름으로 매도를 당한다면 그것이 이른바 언론의 횡포가 아닌가 싶다. 공산주의에 대한 도전으로 폴란드의 신앙을 활성화 시키고자 했던 노력을 신성동맹의 근거로 본다면 교황의 신성동맹은 수십번을 반복해서 맺어졌어야만 할 것이다. 공산주의의 몰락이 폴란드에서만 일어난 사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교회는 공산주의의 붕괴를 보다 높은 차원에서 이해하고자 한다. 우리는 1917년 파티마의 성모께서 미리 예견해 주신 공산주의의 등장과 또 몰락을 지켜보면서 우리의 기도가 주효(?) 했음을 오히려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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