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고 기다리던 설날. 새벽부터 마음이 설레었다. 『엄마! 빨리하세요 차 탈 시간 늦겠어요』『알았다 알았어』
잔뜩 부푼 기대로 내 마음은 흡사 풍선같은 기분이었다. 엄마와 함께 전북 할머님댁에 갔다. 큰 아버지 작은 아버지 고모들 친척 아이들까지 모였다. 즐거움으로 마당까지 떠들썩 했다.
그런데 떡국과 반찬만 차려놓고 연도를 바쳐서 맛있는 것을 못 먹으니까 집에서 나설때의 기대가 무너져 조금 우울했다. 『할아버지 영혼을 위해 하느님께 의탁하는 기도가 더 중요한거야』엄마께서 말씀하셨지만 그래도 나는 과일, 과자 같은것만 생각났으며 할아버지 영혼에게 죄를 지은것 같아 죄송했다.
아침으로 떡국을 먹고 그곳 성당엘 갔다. 고향을 찾아온 사랑들인것 같았다. 종각 입구까지 꽉 찼다. 헌금 시간이었다. 제대앞으로 나갈때는 저절로 밀려서 예수님께로 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발이 시렸다. 낡은 성당, 퇴색된 유리, 퐁당 퐁당 화장실을 보니 우리 공주 교동본당이 「참! 좋구나!」하고 생각됐다. 나는 이 본당 얘들보다 많이 행복함을 오늘처럼 절실히 느껴 본것은 처음이다.
우리성당도 처음에는 작은 유치원이었다.
윤세병 신부님이 미국에서 오셔서 우리 본당신부님이 되셨다. 1ㆍ2ㆍ3층 지하실, 수세식 변소까지 편리하도록 지으셨다. 성당에도 교리실에도 내가 좋아하는 탁구실도 우리들의 활짝핀 모습으로 늘 활기차다. 겨울 바람이 슁슁 심술궂게 불어도 성당만 들어가면 따뜻해서 좋다. 가난한 우리 본당에 오신 신부님과 수녀님들이 새 성당을 이룩할때 까지 밤낮으로 고생하심을 뒤늦게 깨달으니 내가 큰 얌체 같았다. 나도 훗날 하느님 이름으로 좋은 일을 하고 싶다고 성모상 앞에서 묵주 기도를 바쳤다.
겨울날 오후 햇살이 따뜻하게 비추어 주었다.
따뜻한 햇살은 우리 신부님 우리 수녀님들께서 우리들에게 베풀어 주시는 따뜻한 사랑으로 느껴졌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