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저만큼 보이던 9월 어느날 같이 사는 자매수녀님과 함께 시장에 갔다가 큰길에 쳐져 있는 현수막을 보았다. 「백운도사스님 대법회」라는 것이었는데 날짜와 시간이 적혀 있었다. 당시 법정 스님 글을 열심히 읽던터라 자매수녀님과 함께 이 법회에 가자고 약속을 했다. 수녀원에 와서 원장수녀님께 말씀을 드리고 마침 법회가 주일 오후여서 본당 신부님께도 어렵게 허락을 받고 발걸음 가볍게 법회장소인 ○○예식장에 들어갔다.
들어가는데 느낌이 이상했다. 앞에 보니 남스님 5~6분이 앉아 계시던데 하나같이 스님 분위기가 아니었다. 법사이신 백운도사 스님이란 분도 마찬가지였다. 손님들도 시내인데도 시골서나 봄직한 아줌마 아저씨들이 좌석을 반쯤 메우고 있는데 젊은수녀 둘이 들어가니 모두 쳐다 보았다. 앉아있던 기름기가 번지르르한 중년 스님들이 우리를 보고 매우 당황하더니 그대로 모른척 하는 것 같았다. 뭔가 편하지 못해 앉을까 그냥 갈까 하다가 그래도 예까지 왔으니 법문을 들어보자 하고 앉았다.
이윽고 백운도사의 설법이 시작되었는데 기억에 거의 없지만 요지는 어느 절을 짓는데 시주를 하라는 내용이었다. 중간쯤에서 도저히 못견디고 우리 둘이 빠져 나왔는데 성당가까이 오니 마침 저녁미사가 시작되어 대영광송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때 나는 눈물이 핑 돌면서 나도 모르게 노래를 큰소리로 따라 부르며 성당으로 직행했다.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얼마나 마음이 편한지! 내방 아랫목에 다리를 뻗고 등을 기댄 느낌이었다. 나는 이때처럼 미사를 열절히 참례해 본적이 없다.
그후 미사 드릴때마다 감사드린다. 『주님, 제가 주님을 두고 어디로 가겠습니까?』비록 내가 미신에 빠지거나 한것은 아니더래도 날 나의 느낌은 주님을 떠났다가 돌아온 탕자의 마음이라 절로 이 성서구절이 나왔다. 매일 똑같은 예절이 반복되는 데도 미사를 드린다는 고마움이 늘 새롭게 몸과 마음을 적신다.
가끔 주일미사를 자주 빠지거나 미사시간에 잡담하고 성가도 부르지 않고 기도문도 하는지 마는지 한 교우를 본다. 빈손으로 와서 줄곧 주보만 뒤적이거나 두눈 감고 굳은 표정으로 시종일관해 있는 모습이나 미사를 드리는지 부인을 기다리는지 분간하기 어려운 교우도 본다. 마치 내가 백운도사 법문을 듣는 것처럼 불편해 보인다. 왜 그럴까? 도사님의 말씀이 아니라 사도님의 말씀이라도 우리 주님 말씀보다 더 좋은 말씀이 어디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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