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불을 모두 끄고 성모님을 향한 2개의 촛불만 밝힌다. 국민학교 1학년인 딸 데레사가 얼른 뛰어나오며 묵주를 집어들고는 기도할 준비를 한다. 딸아이와 주고 받는 로사리오 기도는 참으로 행복한 순간이다. 서로 얼굴 쳐다보며 웃기도 하고 잠이 오른 목소리로 하품도 참아가며 나름대로 박자(?)에 늦지않게 해주는 진지한 모습이 정녕 천사의 얼굴이다 싶어 잠시 뽀뽀도 한번 해준다.
경건해야할 기도시간에 웬말이냐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난 이 기도시간을 너무나 아끼며 즐긴다.
딸아이 모습은 결코 단정치 못하다. 오늘은 내복을 입고 맨발로 나와 기도드리고 있다. 나 역시 개의치 않고 성모송을 오물거리는 그 모습이 신기하기만 하다.
일렁이는 촛불에 반사되는 아름다운 조각처럼 살아움직이는 천사로 내려온것 같다. 딸 아이는 첫영성체 교리를 하는 오빠 옆에서 어깨너머로 기도문을 꽤많이 외우더니 제법 기도하는 시간을 좋아한다.
다정한 모녀의 기도를 들으시는 성모님도 웃고 계시는듯 하다. 참 우리집 성모님은 어깨에 흰 숄을 두르시고 우아하게 서 계신다.
딸 데레사가 첫 돌때 선물받은 코트의 흰 숄이 아기에게 너무 무리일 것같아서 떼어놓고 함에 넣어 두었는데 지난 겨울에 우연히 찾게된것이다. 딸아이는 눈처럼 하얀 흰 숄을 만지작 거리더니 성모님이 추우시다며 포근하게 둘러드리는 것이었다.
우리 집에 방문하는 사람들마다 난 자랑스럽게 그 얘기를 해 주었고 이제 날이 따뜻해지니 어찌할까 궁금하다. 덕분에 아마 성모님께서는 내가 모신 중에서 가장 따뜻한 겨울을 보내셨으리라 생각한다.
과연 어린 아이의 마음은 이렇게 깨끗하고 순수하니 그 마음을 닮아라 하셨나보다. 성모님을 쳐다보며 작은 천사와 함께 하는 나는 기도드리는 시간동안 눈물나도록 평화롭다. 이 작은 천사의 이름은 김태현 데레사이고 별명은 토끼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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