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듯 첫 소임지를 그리워한다 실수투성이, 두려움이 더 많았던 곳인데도 언제나 마음 속엔「첫 소임지에 한번 가보았으면」하는 바램은 처음이라는 것이 주는 신선함 때문이었을까. 얼마전 뜻밖으로 꼭 10년만에 그곳에 갈 기회가 생겼다. 마치 그리운 사람을 만날때 처럼 가슴 설레이며「성당을 들어서니 많이 변한 모습에 어리둥절 했지만 깨끗하게 손질해 놓은 성당이 아름다왔다.
처음 이곳에 왔을땐 눈이 많이 와서 온 시가지와 성당이 하얀 눈밭이었지. 그리고 아이들의 눈싸움이 한창이었고『야 새 수녀님 오셨다』하는 한 아이의 말에 갑자기 어린이들 속에 갇힌 내가 얼마나 쑥스럽게 느껴졌던가, 성당에 가서 옛날 내가 주로 기도했던 곳에 앉아 그때처럼 기도해 보다가 지금도 생각하면 얼굴이 붉어지는 기억을 한다.
온지 3일이 되었을까? 저녁미사후 제단을 치우는데 어두침침한 불빛에 익숙지 못한 장소라 계단을 헛디뎌 넘어졌다. 두꺼운 빠이루 오버를 입은 내가 미처 일어설 여유없이 도르르 굴렀는데 일부는 나가고 일부는 앉아 제단을 향해 기도하고 있던 교우들이 정 중앙에서 쇼를 한 나를 향해『모두 일어서』한 것 처럼 일제히 일어서서 나를 주시했다. 엉겁결에 일어난 나는 수련소처럼『죄송합니다』하며 절을 하고는 제대위에 숨어 교우들이 나갈때까지 기다렸었다.
올겐을 보았다. 혼자 연습할땐 악보 없이도 되던 곡이 정작 미사땐 한 줄 치고는 끝까지 헤맸었다. 일어서 보니 깔고 앉았던 방석이 달아나고 없고 온몸엔 땀이 축축했다. 첫영성체하는 꼬마들 앞에서도 떨면서 교리했던 나. 어른 교리반에 언니 수녀님 대신 들어 갔다가 수녀원에 와서 도무지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할 수 없었던것. 성체강복이 있던날 미사때 대제병 놓는 것을 잊어 버렸던일…아, 기억하면 수없이 많다. 그런데도 그때 사진을 보면 함빡 웃고 있으니 무식하면 용감하다던 말은 나를 두고 함인것 같다.
아마도 그당시 본당신부님과 언니수녀님들 그리고 교우들이 옆에서 나를 참아주고 이해해 주고 격려해준 덕분이 아닌가 한다. 생각할 수록 고마운 분들이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지난 2월 중순에 첫서원한 동생들이 첫소임지로 떠났다. 조심스럽게 사도직에 임하는 그들이 좋은 이웃들을 통해 한잎 한잎 아름답게 피어 나기를 기도해 본다.『애기수녀님 기세요?』라고 부르던 전교회장님 목소리가 동생수녀님들을 통해 생생이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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