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고개를 떨군채 한참을 생각하더니, 『숙아, 내가 너에게 꼭 알려줘야 하는 일인줄은 알고 있지만, 차마 네가 받을 충격을 생각해서 여태까지 말을 못했는데…』
『뭔데요? 아이에 관한 일이예요?』
『응, 네게 책을 줄테니 읽어봐』하며 남편은 책상서랍을 뒤적여 무엇인가를 한 뭉치 찾아들고 와서는 내 앞에 내 놓았다.
『이게 뭐예요?』
『읽어 봐』
『아뇨, 전 직접 듣고 싶어요』
난 책장을 펴 보지도 않고 남편이 얘기해 주기를 기다렸다. 한참후, 남편은,
『숙아, 마음 굳게 먹고 잘 들어야 한다. 우리 아이는 심장병 수술을 한다고 해서 치유될 병이 아니야. 그리고 평생 우리의 보살핌을 받아야 할 지도 모르고…, 그 병명이「다운증후군」이라고 하는건데, 지능지수가 아주 낮은 전능아이고, 또 심장병 수술을 해도 언제 죽을지 모른다고 해 』
난 남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그 믿을 수 없는 말에 그만 자지러지듯 흐느끼며 몸부림 쳤다.
『아녜요, 내 아이가 그럴수가 없어요, 저능아라니요, 심장병은 몰라도 저능아는 아닐거예요, 그건 거짓말예요, 뭔가 잘못된 것일거예요』
난 미친듯이 몸부림쳤고 그런 나에게 남편은 책장을 넘겨 내가 읽어야 할 부분을 지적해 주었다.
『난 정신없이 눈물을 훔치고 그 책을 읽어 보았다.
『다운증후군 46개의 정상염색체중 21번째 염색체에 기형적인 염색체가 하나 더 붙어 총 47개의 염색체를 가진 기형아, 대부분 선천성 심장병을 가지고 출생하며 저능아임, 성격은 온순하며 또래들과 잘 어울려 놀수 있음』 난 후들거리는 가슴으로 이 글을 읽고 또 읽었다. 이해할 수 없는 내 아이의 병, 그러나 난 또 다른 책자를 들추어 보고서야 그 병이 엄마의 비정상 난소에 의해 발생한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이 사실은 또 얼마나 큰 충격으로 나를 덮쳐 왔던지.
『나 때문에 우리 아이가 이런 큰 십자가를 지고 태어나다니, 하느님!제 지은 죄가 그토록 엄청난 것들 이었습니까?』난 그자리에 주저앉아 지나간 나의 잘못을 깊이 깊이 뉘우치며 하느님께 용서를 청하였다. 이렇게 고통속에서 얻은 믿음의 싹은 내 가슴에 점차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였다.
아이는 시간이 갈수록 더 힘들어 하는듯 했다. 하루종일을 우유 마시는 일로 씨름 하는가 하면 툭하면 감기로, 고열로 고생을 하였다. 그때는 아이뿐만 아니라 남편도 나도 밤잠을 설치는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근처 병원에서는 아이의 심장병을 3~5세 사이에 수술시키면 가장 적절하다고 했으나, 갈수록 힘들어 하는 아이를 보다 못한 우리는 큰 병원에 가서 더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자는 결정을 내렸다. 4개월이 지났어도 목을 가누지 못하는 아이를 안고 우린 서울대병원 소아과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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