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엉뚱한 생각을 해내고는 혼자 신나하기도 한다. 신이 날땐 착각에 빠져 돈키호테가 되기도 하는데 그 엉뚱한 생각들이란 공식미사때 앞사람 때문에 영성체 때라야 겨우 사제의 얼굴을 볼수 있는 교우들을 보며 성당도 극장식으로 지으면 어떨까? 혹은 나무젖가락 때문에 산이 없어진다니 휴대용 수저를 접었다 폈다 하는 것으로 만들어 모두 갖고 다니면 어떨까? 또는 길바닥에 버려진 꽁초, 가래침, 소변금지를 무시하는 행위들을 막기 위해서 국민 모두가『길에나 꽁초를 버리지 맙시다』『가래침을 뱉지 맙시다』…등을 어깨띠로 두르고 다니면 어떨까? 15년 가까이 단잠을 깨우는 쓰레기차 노래「새벽종이」 와 「퐁당퐁당」대신에 적어도 1년에 한번씩이라도 다른 노래로 바꾸면 어떨까? 하며 세상 걱정을 혼자 다 한다. 며칠전 쇼핑센터에 가다보니 앞서 가는 두 남학생이 있었는데 한 명이 담배를 피우며 걷고 있었다.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했을까 하는 나이에 담배를 피우며 걷는것도 못마땅한테 주차해 놓은 차밑에 피우던 담배를 휙 던지고 가는 것에는 더이상 참을 수 없었다. 뒤쫓아 차밑에 들어가 연기가 나고 있는 아직 3분의 2나 남은 담배를 꺼내 급히 그들의 뒤를 쫓았다. 마침 에스컬레이터를 타기 직전이라 뒤에서 그의 등을 두드렸다. 물론 이 광경을 많은 사람이 보고 있었는데 그들의 표정은 나의 행동에 대해 조금은 쓸데없는 간섭으로 생각하는 느낌이었다. 학생이 뒤를 보다 자신이 버린 담배를 들고온 수녀를 보고는 얼마나 놀라던지. 담배를 건네주며『피우는 것 까진 좋지만 불도 끄고 쓰레기통에 넣어요』했더니 공손히 절을 했다. 서로 오래서 있을 처지가 못되어 돌아 섰지만 마음으론『그 학생 참 착하구나』라고 생각했다.
당연한 일이지만 요즘에 세상이 어디 그런가. 남의 일에 간섭했다가 괜히 봉변당하기 일쑤이니 잘못하는줄 알면서도 모두 쉬쉬하고 있기에, 사실 나도 이 학생이 나를 무시해 버리거나 욕이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조마조마한 마음이 없는건 아니었다. 그러므로 그가 절을 할땐 얼마나 안심이 되고 고마왔던지, 아직 우리 아이들이 착하구나, 교육을 하면 되겠구나, 그들이 쉽게 길거리에 꽁초를 버리는 것도 어른들의 모습에서 배우는 것이 아닐까 하는 책임감을 느끼며『절을 하던 그 남학생을 보던 사람들이 지금도 쓸데없는 간섭으로 볼까』라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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