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학교에서 돌아온 딸애가 두툼한 비닐봉지를 꺼내놓으며 미술시간에 쓰고 남은 색종이를 아이들이 마구 버려놓았길래 아까와서 주워왔다고 한다.
들여다보니 색지의 귀퉁이만 조금 오려난 것도 있고 크고 작은 색종이가 가득 들어 있었다.
모자이크를 할거라며 환하게 웃는 얼굴이 여느 때 보다 예쁘게 보였다.
오락기니 카세트 피아노 등 내가 자랄땐 꿈도 못꾸던 것들을 가진 우리 아이들은 그래도 갖지 못한 컴퓨터를 사자느니 화면이 큰 TV룰 사자는 등 요구를 해대지만 작은 색종이 하나라도 절약하고 남이 버린 것이지만 소중하게 여기고 재활용하려는 생각까지 해낸 건전한 정신이 살아있었다는 그점이 나를 안심시켰다.
그리 넉넉지 못한 교육자 집안에 태어난 나는 무슨 물건이건 아껴쓰고 재활용하시는 부모님을 보며 자라났다.
이를테면 칼손잡이가 갈라지거나 못쓰게 되면 아버지께서 나무를 쓰게 되면 아버지께서 나무를 깎아서 꼭 맞게 끼워서 쓰셨고 어머니께서는 밝은 와이셔츠의 소매를 자르고 다시 재단하여 색깔있는 천으로 바이어스를 대어 우리들의 여름 남방을 멋지게 만들어 주시는걸 입고다녔다.
무슨 물건이건 함부로 못버리게 하셨고 다른 용도에 쓸 수 있는가를 온갖 지혜를 다 짜내아 걸작품을 만들어 내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생활자체가 내핍이었던 당시와는 아주다른 요즘엔 모든 면에서 여유가 있지만 그 옛날보다 더 부족감을 느끼고 갖고 싶은 것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는걸 보면 살마의 욕심이란 애초부터 끝이 없는 것인가 보다.
빈부의 격차가 극심하고 자고 나면 신상품이 줄줄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요즘 아이들에게는 그만큼 유혹도 많고 거셀 것이고 그런 유혹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길러 주지 않으면 지금 그런 조짐이 다분한「과소비」로 일생을 망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것만큼은 부모가 져야할 책임이 아닐까. 무조건 제한할 수 도 없고 무한정 채워 줄수도 없는 아이들의 요구에 늘 그 적정선을 찾기에 어려움을 겪지만 헌 달력을 작에 잘라서 메모지로 이용하는 엄마를 보며 자라는 한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주워온 색종이로 모자이크할 그림을 구상하는 아이를 보며 그게 다 내력있는 절약 정신임을 새삼 확인하게 되었으며 최고의 유산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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