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그럽고 인자해 뵈는 의사선생님은 아이를 알몸으로 진찰대 위해 뉘고서 고개를 가로저으셨다.
난 선생님의 너그러운 인상만큼이나 좋은 말씀이있기를 간절히 바랬다. 그러나 그건 순전히 나의 바램일 뿐 진찰을 마친 선생님은 남편을 향해 거침없이 말씀 하셨다.
『이 아이가 다운증후군이란건 알고 계시죠?!
『네』
『우리가 보기에 이 아이는 심방결손증에다 심내막간결손증을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폐동맥압이 자랄수록 높아지기 때문에 그대로두면 1년을 넘기지 못합니다. 그리고 9개월만 지나도 손을 쓸 수가 없게 돼요』
『그럼 지금 당장 수술을 받아야 될까요?』
『글쎄, 당장 수술을 받았으면 좋겠지만 수술계획이 2주일후까지는 꽉 짜여져 있어서…일단은 정밀검사부터 해 봅시다』
우린 생각보다 심한 아이의 상태를 듣고서 가슴밑바닥에서 아려오는 아픔을 억제 할수가 없었다.
의사 선생님이 설명한 아이의 증세는 다음과 같다.
★심방 결손증 : 심방내에 구멍이 있어 심방에서 심실로 피를 전달하는데 있어 완전한 역할을 못함.
★심내막간 결손증 : 좌, 우심방과 좌, 우심실을 구분짓는 막 한 가운데에 구멍이 나 있어 심장판막 까지도 완전한 상태가 못되므로 심방과 심실의 피가 서로 섞여 온 몸을 돌고 있는 상태.
우린 그날 X-RAY며 심전도, 심에코 검사를 하고서 2주일쯤뒤 다시 심도자 검사를 위한 입원예약을 해놓고 집으로 돌아왔다. 병원에 다녀온뒤 우리는 아이를 보며 그저 허둥대듯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심도자 검사가 있던날 아이를 검사실까지 안고 들어간 난 수술대위에 아이를 내려놓고, 5㎏정도 밖에 안되는 아이의 사지를 꽁꽁 묶는 광경을 보고, 솟구쳐 오르는 설움을 누르지 못하여 뛰쳐 나오고 말았다.
심도자라는 검사는 팔이나 다리의 정맥을 통해 특수 플라스틱으로 만든 가는 관을 심장속까지 투입시켜, 심장내의 이상부위를 정확히 진단해내는 검사였다.
아이는 2시간이 지나서야 눈을 말똥거리며 아무일도 없었다는듯 검사실을 나왔으나 왼쪽 허벅지엔 지압용 모래주머니가 얹혀 있었다.
그날 저녁, 회진시간에 의사선생님은, 「결과는 예상했던대로 매우 복잡 합니다」
『그래도 수술은 성공할 수 있겠지요?』
『글쎄요, 장담은 할수 없지만 굳이 말한다면 30%의 성공률밖엔 장담 할수가 없어요』
『예? 30%요?』
『워낙 아이의 상태가 심하니까요』
우린 수술 성공률에 모두 아연 해 하며 수술일자가 잡히는데로 연락오기를 기다리며 다시 집으로 내려왔다.
난 그곳에서 내 아이만이 아닌 많은 다른 아이들이 고통당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며 「하느님께서는 저 천사같은 어린아이를 통해, 오만과 편견과 아집으로 찌든 어른들을 반성하게 하시는 구나」하고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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