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릴때 성당 마당에 황혼이 질때면 신부님께서 넓은 마당에 수단자락을 휘날리며 책을 보며 사색하시던 모습이 인상깊게 남아있다. 또 성당마당에서 마음껏 친구들과 뛰어놀고 교리받던 모습이 떠오른다.
하지만 요즘엔 이런 광경을 좀처럼 볼 수 없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미사때면 자가용 차로 성당마당이 꽉 찬다. 차로 뒤덮여 있는 성당 마당은 혼잡스럽다 못해 위헙스럽기까지 하다. 서로 먼저 빠져나가려 마구잡이로 경음기를 울려 마당에 모셔진 성모상에 인사하기가 거북스러울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내 어릴때는 10여리가 넘는 길을 걸어서 미사에 참석하러 오시는 나이드신 어른들을 많이 보았다. 물론 그 당시는 차가 부족했던 때라 하겠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성당이 많아져서 걸어서 성당을 찾는 것도 큰 불편함이 없으리라 생각되어진다.
이제 생활환경이 어느 정도 윤택해진 만큼 웬만한 가정에 자가용이 다 있다. 하지만 나 하나, 내 편한 것만을 생각하지 않고 본당 동체 전체를 생각한다면 교우들의 만남의 장소인 성당마당을 차로 가득 메울수는 없을듯 하다.
다시금 성당 마당이 신부님의 사색의 장소가 되고 교우들이 얘기꽃을 피우는 만남의 장소로,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수 있는 놀이마당으로 제 모습을 찾기를 희망한다.
성당마당이 제 모습 제 역할을 찾도록 적극 협조하는 것도 작은 사랑의 실천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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