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신부가 말이 많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JOC(가톨릭노동청년회) 연구모임에서였다. 물론 지도신부인 내가 있는 자리였다. 때는 새벽 2시였다. 피곤과 졸음을 겨우 가누고 있는 나에게 그만 날벼락이 떨어진 것이다. 어떤 회원은 「우리 자신도 반성하자」『특히 임원들이 자기역할 제대로 했는지 돌아보라』라는 자성론을 폈으나 「말 많은 신부」딱지는 요지부동의 사실이었다. 나에겐 커다란 충격이었다. 「쓰지만 몸에 좋은 약」이려니 했지만 맘이 편치 않았다. 별 속좁고 방정맞은 생각이 다들었다. 『본당신부나 그냥 할 건데…』『뭐 잘 났다고…꼭두새벽까지 앉아있었건만 돌아오는 것은 비난과 질책이구나』생각하면 억울하고 섭섭하고 괘씸하기까지 했다. 처량한 신세가 한심스러웠다.
위기였다. 마음이 닫히는 것을 느꼈다. 그러면서도 나는 누구인가? 무엇하는 사람인가? 노동사목자는? 그 정체와 위상에 대해서 묻게 되었다. 사목자들이 JOC나 노동자들에 대한 편견을 가질수 도 있다는 교회적인 차원도 고려하게 되었다. 개인적인 위기만이 아니라 노동사목의 위기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알게 모르게 선생으로 자처하려는 나의 개인적인 성향이 문제이겠고, 늘 지시와 훈계를 통해서 일을 해야 하는 노동자의 사회적인 지위나 처지, 권위와 성직주의적 교회에 대한 반발일 수도 있겠다. 이것은 상당히 민주적이고 자발적인 교육, 양성과정이 특징인 JOC이기에 가능한것이기도 할것이다.
노동사목은 노동자를 사랑하기 때문이지만, 실은 하느님을 선택했기 때문에 가난한 노동자에게 가는 것이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은 하느님에게서 받아야 되지 않겠는가! 우리주님을 보자. 제자들의 성화를 받으며 믿음없는 세대를 한탄하시면서도 (마르꼬 9, 19 등) 성부께 충실하시며 죽기까지 순명하신 주님이 아니신가(필립비2, 8).
JOC회원의 이런 표현되는 나에 대한 신뢰는 투박하지만 뜨거운 것이다. 어느 사제가 이처럼 쓰리고도 화끈한 사랑을 받겠는가 이를「은총」이라고 말하길 주저하지 말자.
회원들의 존재도 나에게 다시금 부각되었다. 평신도는 그저 사제에 의해 성화되고 교화되는 존재만이 아니라 하느님나라 건설의 협조자요 동반자임을.
하느님의 일이기에 하느님안에서 힘을 얻어야 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새긴다. 또한 사랑하는 회원들의 충고를 거듭 새기자. 여전히 화근인 입을 틀어 막고 평신도 인내톱게 기다리고 기회를 주자.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이번호부터는 JOC 서울북부연합회를 지도하시는 서춘배 신부님께서 집필해 주시겠습니다. 그동안 수고해주신 문화순 수녀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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