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통일한 최초의 영국왕은 아더왕이라 배웠다. 하지만 을지문덕을 중국인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 역사 왜곡이다. 아더왕은 영국인이 아니고 브리튼인이다. 영국(잉글랜드)과 브리튼은 다르다. 원래 고대 브리튼섬은 켈트민족의 땅이었다. 그러다 1세기에 로마제국의 침략을 받아 속주로 전락했다. 수백 년간의 독립항쟁이 있었고 5세기가 돼서야 아더왕은 로마군을 몰아내고 브리튼을 독립시켰다.
하지만 브리튼은 이후 또 다른 이민족인 앵글로색슨족의 침공을 받아야 했다. 지혜와 용맹을 겸비한 아더왕은 영국을 브리튼에서 몰아낸 후 분열된 브리튼을 통일한 최초의 브리튼왕이다. 그래서 아직도 켈트민족의 우상이다. 하지만 아더왕이 죽자 브리튼의 통합력은 급속히 약화됐고, 앵글로색슨족이 재침공해 브리튼섬의 동남부를 강점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세워진 나라가 바로 잉글랜드(앵글로족의 땅)다.
영국은 언젠가 아더왕의 정신이 되살아나는 것이 두려워서 역사를 조작하기에 이른다. 아더왕의 일대기를 역사에서 전설로 격하시킨 것이다. 또 다른 식민사관이다. 그래서 아직도 우리들은 아더왕을 전설 속의 인물쯤으로 여긴다.
아더왕은 어떻게 브리튼을 통일했을까? 그는 소통에 천부적 재능이 있었다. 왕궁 카멜롯을 개방해 모든 백성이 드나들게 했고 회의실에는 원탁을 놓아서 왕과 기사들이 대등한 방식으로 토론했다. 신하들이 아무리 거슬리는 소리를 해도 다 받아들였다. 불통은 분열로 병들게 되며, 소통은 통합으로 이어져 치유되는 것이다. 그에게는 신검 엑스칼리버가 있었고 모든 전투에서 스스로 선봉에 섰다. 조국을 위해 너무도 헌신적으로 싸우다가 결국은 캄란전투에서 전사했다. 그리고는 아발론섬에 묻혔다.
이후 켈트민족은 잉글랜드의 하위주체로 전락해 15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스코틀랜드와 웨일즈의 독립, 아일랜드의 통일 문제들이 브렉시트와 연결돼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가톨릭을 믿는 켈트민족은 아직도 아더왕이 아발론섬에서 다시 돌아와 자신들을 구해주기를 간절히 염원하고 있다. 타산지석은 자신의 금은보화보다 훨씬 더한 가치가 있다. 우리의 상황이 로마제국과 앵글로색슨의 강점을 차례로 받은 옛 브리튼과 다르지 않다.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우리 아일랜드는 아직도 두 주인을 섬겨야 하는 종들이다.” 로마제국과 잉글랜드의 식민지였고 아직도 그 잔재를 쓸어내지 못함을 한탄하는 말이다.
지금 우리는 지도자의 부재로 열강들로부터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언젠가 아더왕 같은 지도자가 나타나서 우리 민족을 구해야 한다.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아 사대주의를 없앨 지도자! 남쪽의 모든 지역, 모든 계층과 소통해 아우르고 북한과도 대화해 민족화해를 이룰 수 있는 지도자! 강대국들에 굴종하지 않고 마음의 엑스칼리버를 휘둘러 민족주체성을 똑바로 세울 수 있는 지도자! 분열된 우리 민족이 화해와 통일로 나아가려면 참된 지혜와 용기를 겸한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윤훈기(안드레아) 토마스안중근민족화해진료소 추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