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인간을 오만하게 만들지만, 예술은 사람이 겸허히 자신의 한계를 깨닫게 한다. 권력은 인간의 관심 영역을 좁게 하지만, 예술은 사람에게 존재의 풍요로움과 다양성을 일깨워준다. 권력은 세상을 병들게 하지만, 예술은 치유한다.” 서양의 격언이다. 이기적 존재인 인간은 대의보다는 자기 이익을 먼저 추구한다.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들은 기득권을 이용해 큰 이익을 쉽게 얻을 수 있다. 그래서 권력에 중독되기 쉽다. 술에 취하면 더 많은 술을 원하는 것처럼, 권력가들은 더 큰 욕망을 채우기 위해 모든 수단을 악용한다. 그래서 거짓됨, 분열, 부패 같은 부정적인 성향을 지니게 된다.
우리는 지금 민족재결합이라는 역사의 큰 변곡점에 서 있다. 그런데 정치인은 권력 강화를 위해 분열을 이용하기 때문에 통일문제를 그들에게만 맡겨 놓으면 안 된다.
통일은 예술가들도 함께해야 할 여정이다. 통일의 의미는 전일성(全一性)의 추구인데, 전일성은 예술의 요소이기도 하다. 중세철학의 완성자인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는 예술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의 3요소가 전일성, 조화, 광휘(光輝)라고 했다.
예술가는 가장 순수한 사람들이다. 예술의 세계에서는 속임수가 전혀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예술가들은 가장 섬세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시대의 변화를 예지해내는 초인적 감각을 소유한다. 기득권자들은 세상을 매우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배부르면 변화를 싫어하게 마련이다. 반면 예술가는 현실을 부조리한 것으로 인식한다.
세상이 아무리 험해도 그들은 늘 더 좋은 세상을 꿈꾼다. 그래서 예술가들은 현실과 이상, 두 세계에서 고통받아야 하는 존재들이다. 그래서 예술가들은 창조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영혼을 쥐어짜서 그 고통을 내면에 담아내어 작품으로 형상화시킨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가들은 그 누구보다 이 세상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예술가는 그 고귀한 아픔으로 만들어낸 아름다움으로 병든 세계를 치유해 새롭게 한다. 예술은 사람에게 고통을 오래오래 견디어내는 힘을 준다. 하지만 예술가 자신은 더한 고통에 빠진다. 예술은 희생이다. 고흐는 내면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했지만, 인류는 그의 작품으로 치유됐다. 그렇게 인생은 짧지만 예술은 긴 것이다.
예술의 힘은 치유와 통합이며, 새로운 질서의 창조다. 권력은 친구를 원수로 만들지만, 예술은 원수도 친구로 만든다. 권력은 큰 차와 큰 집으로도 불행을 짓지만 예술은 작은 차와 작은 집을 가지고도 세상을 평화롭게 한다. 세속의 의사와 정치인이 못하는 어려운 일들을 예술가는 능히 해내는 것이다. 가난하지만 순수한 라보엠들이 많아야 우리의 파편화된 대지가 다시 하나가 될 수 있다. 우리의 문화예술계에는 서로 마음을 모아 ‘통일창조’라는 대작을 함께 그리는 수많은 미켈란젤로가 나와야 한다. 예술을 탄압하면 새 미래가 막힌다. 하느님은 무엇보다 예술을 더 사랑하신다.
윤훈기(안드레아) 토마스안중근민족화해진료소 추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