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 5월이 시작되었습니다. 주님께서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1년, 8760시간을 주십니다. 저 또한 4월까지 보냈으니 3천여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지부진하게 흐르는 시간에 대해 야속함만 가득 가지고 있습니다. ‘머나멀다’라는 표현이 맞나 싶습니다. ‘시간아, 흘러라 흘러’라는 맹목적 암시만 가득, 더디게만 흐르는 시간 앞에 달력만 보고 있습니다. 시간 참, 빠르지 못하게 흐릅니다. 느림보인 저도 확연하게 느낄 만큼 말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가 의미 없이 흘려보내는 그 1분 1초가 하느님의 선물입니다”하는 신부님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고백하건대, 말씀이 와 닿지는 않았지만 마지 못해서 ‘네, 잘 알겠습니다’하는 뜻으로 버릇처럼 “아멘”하였습니다.
거룩하신 분이 거저 주시니 거룩한 선물이라는 것이 신부님의 말씀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거룩한 시간, 하느님의 뜻에 맞지 않게 죄를 짓고 교도소라는 곳에서 살아가다 보니 거룩한 시간까지도 ‘얼른 지나가라’고…, 또 하느님의 뜻에 맞지 않게 아침저녁으로 기도드리고 있습니다. 아무리 힘든 고난이라도 불행에는 끝이 있는 법인데 주님 말씀에 역행하며 지은 죄에 대한 반성의 기도보다는 자유가 없는, 벽으로 막혀 있는 이곳에서 해방시켜 달라는 기도만 드렸던 것입니다.
신부님께서는 또, 하느님께서는 당신 뜻 정반대로 흘러가는 꼴을 가만히 보지 않는다고, 직접 개입하시고 다듬어 주시기까지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죄를 지어도 나약한 인간이라서 괜찮다는데, 조금 지은 죄라면 그때마다 성찰해서 하느님께 비는 것이라 합니다.
네. 저는 4년이라는 시간을 거룩함으로 보내라는 하느님의 뜻에 따라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난 지금, 구속된 생활을 한탄하며 넋 놓고 멍하니 시간을 할애하기만 하고 있습니다. 그릇된 생각, 부질없는 짓입니다. 중요한 것은 ‘어디에 있는가’가 아니라 ‘어디로 향해 가는가’일텐데 말입니다.
네. 저는 끊임없는 반성과 자아성찰, 그리고 거룩한 시간을 보내려고 이곳에 왔습니다. 돌아가신 신영복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그 큼지막한 비행기가 하늘을 날기 위하여 연소가스의 분사로 앞으로 가고 거기에서 생기는 양력을 이용해 하늘을 날 듯…” 이곳에서의 생활 또한 지은 죄에 대한 반성, 피해자들께 입힌 금전적·정신적인 피해를 끊임없이 뉘우치며 보내야 할 것입니다.
이곳 화성직업훈련교도소에 와서 배움의 기회를 얻으면서 출소 후의 삶, 올바른 삶을 살아가기 위한 비행기 같은 철저한 준비를 하려 합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거룩한 선물’을 가득 채우면서 말입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