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지가 4월 1일로 창간65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인생으로 치면 이순(耳順)이 5년이나 지나 완숙의 단계에 와 있어야 할 나이인데 되돌아보면 두렵고 떨리는 마음이 앞섭니다. 과연 지령(紙齡)에 어울리게 속이 차있는지, 현재의 모습이 그 나이에 어울리는지를 자문해보면 얼른 대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65세된 얼굴이 부끄럽습니다. 별로 한일도 없고 이루어 놓은 것도 없으면서 나이만 먹은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동안 허송세월하지는 않았습니다. 선배님들의 훌륭한 유업을 이어받아 땀흘리면 열심히 뛰었습니다. 보다 더 좋은 신문을 만들기 위해 안간힘도 써보았습니다. 때로는 격려와 꾸지람을 듣기도 하고 또 때로는 심한 냉대와 모욕을 받아가면서까지 일했습니다.
그러나 건너지 못할 강과 뛰어넘지 못할 벽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그 강과 벽은 사람들사이에, 본당사이에, 교구사이에 그리고 우리들 자체내에 늘 상존해있기에 결코 평탄치 못한 지난날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같은 어려움과 역경속에서도 본지를 품어주시고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신 전국의 주교님들과 신부님들, 수도자님들 그리고 수많은 애독자들이 계셨기에 저희는 오늘 창간65주년이라는 영광된 해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창간65주년 기념호를 발행하면서 저희는 5년전 창간60주년때 애독자 여러분이 제시해주신 본지에 대한 의견들과 그후5년간 각계에서 보내주신 충고들을 되새겨 봄으로써 오늘의 본지를 반성하고 나아가 65주년을 계기로 본지의 새로운 진도를 밝히고자 합니다.
60주년당시 전국의 독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본지에 대한 설문조사는 34개항에 걸친 내용으로 9백10명이 응답한바 있습니다. 이 설문들중 5년이 지난 현재도 계속 문제가 되고 있거나 관심을 기울여야할 문제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우선 본지가 어려운 본당이나 소외된 사람들의 실정을 보도함으로써 교회내의 일치와 나눔을 촉진하려고 노력한 것에 대하여 거의 전원인 98%가 『좋은 일』로 지지를 보내 주었습니다. 그리고 91%인 절대다수가 교회 소식을 얻는데 본지가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고, 또 89%가 본지를 교리지식ㆍ교회상식ㆍ신학의 흐름을 배우는 교재로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같은 평가는 사실 본지가 숱한 난관속에서도 좌절하지않고 긍지를 가지고 지금까지 꿋꿋이 지탱해올 수 있은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본지가 다루어 주기를 「더 원하는 내용」은 사회문제(27%), 교리ㆍ교회상식 (23%), 국내외교회소식(20%), 가난한 교회실정(13%)흥미기사ㆍ독자투고(6%), 미담(11%) 등이었습니다.
또 본지가 한국교회의 현실을 제대로 보도하는지에 대해 71%는 제대로 또는 비교적 제대로 보도한다고 했고, 26%는 제대로 보도하지 못하는 편이라고 답했습니다.
이와함께 본지가 일반신자들의 의견이나 입장을 대변하는 문제에 대해 58%가 대단히 혹은 비교적 잘 대변한다고 답했고 36%는 별로 혹은 거의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본지가 어느정도로 정의를 선포하고 그 실현에 기여했는가에 대해 70%가 대단히 또는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답한 반면 30%가 적게 혹은 거의 기여하지 못한 것으로 지적했습니다.
보도의 지역적 편중문제에 대해 5백70명의 응답자중 52%가 대구에, 31%는 서울에 그리고 12%는 서울과 대구에 치우친다고 답한바 있습니다.
이러한 설문조사결과를 놓고 본지는 애독자 여러분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 개선하기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만 아직도 미흡하고 부족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님을 잘 깨닫고 있습니다.
본지는 60주년을 맞아 한국가톨릭교회를 대변하는 교회언론매체로서 한국교회의 성장과 발전에 더욱 이바지해야할 막중한 책임을 절감, 60주년 당해부터 한국교회 장래를 설계하고 진로를 모색하는데 필요한 각종 조사연구 사업을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첫해에는 「가톨릭신자들의 종교의식과 종교생활」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 그 결과를 자료집으로 만들어 전국교회에 참고 자료로 제시한바 있습니다.
그 이듬해에는 예비자문제를 조사연구 하려했으나 시도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중단돼 왔습니다.
또하나 약속을 이행치 못한 것은 창간61주년사에서 교회내 청소년들을 위한 신앙 및 교양지가 태부족한 점을 감안, 청소년용 가톨릭신문을 88년중에 증간하겠다고 했으나 역시 시도하지 못하고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이제 65주년을 맞이하는 본지는 새롭게 태어나야함을 깊이 자각하고 있습니다. 이제 더이상 연륜으로 안주할 수 없음을 잘 깨닫고 있습니다. 65세된 나이에 걸맞기 위해서도 새로운 변신이 불가피함을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본지는 보다 더 겸허한 자세로, 새 마음과 새 다짐으로,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저희는 60주년 독자설문조사에서 제시된 의견들과 그후 5년간 애독자들이 제시해주신 폭넓은 의견들을 전폭적으로 받아들여 지면을 쇄신하는데 전력을 쏟겠습니다.
무엇보다 저희는 신앙생활에 유익하고 도움이 되는 신문, 이웃과 나누고 친교를 다지는 신문 그리고 이 세상의 복음화와 인간의 구원에 도움이 되는 신문을 제작하는데 열성을 다 바칠 각오입니다.
이와 함께 지난날 약속을 이행하지 못했던 두가지 일부터 우선적으로 추진하고자 합니다.
먼저 예비자조사연구는 현재 신자증가가 둔화되고 있고 전교가 부진한 한국교회 상황에서 시기적으로도 시급한 연구과제로서 금년중에 착수할 계획입니다.
다음으로 청소년을 위한 신문은 5월부터 4면을 독립적으로 제작, 기존 12면과 함께 배포할 계획입니다. 따라서 5월부터는 매주 16면으로 4면이 증면될 예정입니다. 청소년신문은 오늘날 잘못된 교육풍토속에서 방황하고있는 초ㆍ중ㆍ고생들에게 신앙과 정서를 심어주고 살찌우는 좋은 벗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전국의 애독자 여러분!
저희는 오늘이 있기까지 저희를 아껴주시고 성원해주신 여러분께 다시한번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 저희는 오늘 창간65주년을 계기로 새롭게 태어나겠습니다. 변함없이 저희를 지켜봐주시고 사랑의 충고를 계속해 주시길 삼가 부탁드립니다.
저희는 지나온 65년동안 항상 저희와 함께해 오시면서 저희를 이끌어주셨고 앞으로도 이끌어주실 그분께서 여러분 모두에게 풍성히 강복해 주시길 두손모아 기원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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