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은 아주 잘 끝났습니다. 그러나 저 아이가 얼마나 잘 견뎌내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상황이 달라지니까 잘 되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폐동맥압이 워낙 높아서 한달 정도를 재워야 할 것같은 문제는 있습니다. 그러니 느긋한 맘을 가지는게 좋아요』
『예,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난 수술이 잘 끝났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연신안도의 숨을 내쉬며, 안젤라를 붙들어 주신 하느님께 깊은 감사를 드렸다. 비록 1달 동안이나 잠을 재워야 한다지만, 그것도 하느님께서 잘 풀어주실거라는 희망이 먼저 앞섰다.
그날 저녁, 수술후 처음으로 안젤라 면회를 가던시간. 난 여러 다른 어머니들과 함께 떨리는 가슴으로 조용히 위생복을 갈아입고, 손을 소독하고 중환자실의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안젤라를 찾았다. 아이곁에는 저보다 더 큰 기계들이 무지막지한 모습으로 늘어서 있고, 알 수 있는 수치와 그래프들이 연신 바뀌고 있었다. 난 잠시 숨이 턱 막히는 듯한 긴장감을 느꼈다. 조그만 아이의 코, 입, 배 등에는 알 수 없는 줄들이 수없이 꽂혀 있고 그곳에 누워 잠든 아이는 자신이 어떤 경험을 했는지도 모른채 가쁜 숨만을 몰아쉬고 있었다.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는 내게 간호사는 친절하게 기계의 사용도와 줄의 용도를 설명 해 주었다. 그 상태에서 아이는 순전히 기계에 의한 인공호흡으로 숨을 쉬고 있었다. 간호사는 또 조금전과는 다른 태도의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폐동맥압이 높아서 재우고 있으니 손 대시면 안됩니다. 협조해 주셔야 아이가 빨리 회복해요』
난 힘없이 고개를 끄덕여 주곤, 안젤라를 잡아볼려고 뻗었던 손을 슬그머니 뒤로 돌려버렸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 꿇어 앉아 하느님께 기도 드렸다.
『주님, 이 아이를 버리지 않으시고 살려만 주신다면, 이 아이의 능력이 닿는데까지 당신의 도구로 봉헌 하겠나이다. 아멘』
어쩌면 잃어버렸을지도 모를 아이를 붙들어 주신 하느님께 마음으로 바친 이 기도는 당연한 것인지도 몰랐다.
그러는 사이 10분이란 면회시간이 언제였나 싶게 다 흘러가 버리고 난 여느 다른 보호자들과 함께 다시 병실로 올라 왔다. 그곳엔 12명의 어린생명들이 생과 사를 다투는 숨막히는 현장으로 면회는 오전, 오후 2번밖에 허용되지 않았다. 병실은 아이도 없는, 그야말로 허탈해 있는 보호자들만을 남겨 놓고 있었다. 소변이 잘 배설되지 않아 퉁퉁부어있던 어떤 아이의 모습과 안젤라의 모습이 자꾸 교차 되었다. 난 다시금 기도 드렸다.
『주님, 안젤라는 어떠한 부작용도 없이 잘 회복되게 붙들어 주소서』
시간은 지겹게도 꾸물거리며 가고있었다. 안젤라 대모는 그런 허탈한 시간에 자꾸 들러 나의 말동무가 되어 주었다. 대모의 아이 「이 요셉」역시 중환자실에서 회복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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