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라」(마태5, 43 이하)는 복음을 나누는 시간이었다.『내가 열여덟살, 학교 다닐 나이인데 공장에서 일을 합니다. 무엇을 어떻게 누구를 사랑하란 말입니까?』노동자교리를 받고 있는 예비자의 항변이었다. 솔직한 심정을 토로한 것이다. 얼마 후 그녀석의 요청으로 어느 레스토랑에서 개인적인 만남을 가졌다. 자리에서『신부님은 우리에게 어떤 맘으로 교리를 가르칩니까?』한다. 만만찮은 질문이라 그리고 그간의 가난한 집안사정과 자신의 고민을 들려준다. 술로 지새는 아버지, 아프신 어머니, 가족들의 잦은사고, 진학을 포기해야만 하는 처지…. 함께했던 교리반 동감내기도, 어느 누구에게도 쉽게 얘기한적이 없다는 아픈 삶을 들려준다. 참 귀한 시간이요 자리였다.그들의 삶이 우주보다 더 크게 느껴졌다면 과장일까? 장소는 음식점이었지만 주님이 함께하는 신뢰의 분위기였다. 그녀석들의 소박한 꿈, 진솔한 삶, 진지한 갈망이 사람을 감동시키는가 보다 하여튼 사제인 나의 사명과 역할, 정체성이 뚜렷해지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결론적인 질문으로 자신들의 앞날에 대해서 묻는다. 어찌 이것이 열마디 충고(도움말)로 끝날수 있는 가벼운 문제인가. 나는 이녀석들이 참으로 하느님의 사랑을 알아듣길 바라는 마음으로 교리를 가르치고 만난다. 하느님의 사랑을 안다면 자신이 어떤 처지에 있던지 궁극적으로 자신을 긍정할 수 있고, 하느님의 사랑에 힘입어 용기있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사형수 형제의 고백이 생각난다.
『자신은 천하의 죄인이고 아픔도 모르는 짐승이었는데, 자신을 기다리고 찾아 헤맨 주님의 사랑을 알게 되자 뼈아픈 통회와 대성통곡이 나왔다. 이젠 하느님의 사랑으로 아픔은 아는 인간이 되었다』는 것이다. 진정 하느님의 사랑을 모르면 아무리 부유해도 불쌍하고 하느님의 사랑을 알게되면 어떤 최악의 상태에서도 희망과 기쁨이 없을 수 없다.
『우주보다 더 큰 작은 노동자의 삶』, 여기에 응답은 몇마디 충고가 아니라 일생을 통한 기도와 투신이 요구됨을 깊이 인식한다.
『사랑이신 주님! 우리로 하여금 당신을 알게하시고, 우리의 길을 밝혀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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