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년의 병고 속에서 봉성체와 종부성사를 통해
가족들에게 항시 마음의 준비를 시키셨던 어머니
사순시기와 성삼일을 한 해, 한 해 넘기시고
올해의 성삼일과 부활주일이 마지막이셨던 어머니
엠마오 발걸음을 하셨던 신부님을 기다리셨다가
이제 모든 것을 놓으셨군요.
2년 전 5월, 딸 수녀님의 임종 때 걸음 대신 기도로 대신했다고 그곳에서 말씀하십시오.
공경하올 어머니!
5월의 장미꽃이 천상의 어머니, 성모님의 것이건만.
그중 한 송이를 어머니께 드리고 싶어 감히 어머니께 청합니다.
세상 모든 이의 어머니!
묵주알을 돌리면서 한 송이, 한 송이만을 애원합니다.
염치없고 나약한 자식이라서 고집스레 졸라댑니다.
큰 키에 바짝 마른 어머니의 영혼에 성모님의 향기 나는 장미 한 송이를 말입니다.
공경과 감사만을 받으셔야 할 모든 이의 어머니이시건만
부끄럽게 제 어머니를 위해 매달립니다. 용서하십시오.
작년 5월은 동생 수녀님을 그리며 성모님을 찾았으며,
올해 5월은 어머니를 그리며 성모님을 찾습니다.
오로지 성모님만의 특별한 5월에 가족이 앞서니 송구하옵니다.
사랑하는 천상의 어머니, 제 어머니의 어머니!
저희는 장미꽃의 화려함과 향기만을 기억하였습니다.
그래서 성모님께서는 눈이 부시는 줄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제야 깨닫습니다.
예수님 오상의 슬픈 가시는 감추고 계셨음을.
그 고통을 가슴에 묻으시고 찔리시는 아픔을 마다 않으심을.
찢어지는 아픔보다,
아름다운 장미의 모습만을 보여 주시는 어머니셨음을.
천상의 모후이신 어머니!
세상의 어머니를 잃은 슬픔에,
하늘나라 어머니의 아픔은 몰랐습니다.
세상의 어머니와 함께 할 때는,
하늘나라 어머니의 사랑도 잊었습니다.
성모님의 가슴에 묻은 고통과 그 사랑을
세상의 어머니와 묵주기도 드릴 때 그때에 알았어야 했습니다.
세상의 어머니가 사셨던 순종과 순명의 삶,
“내가 가더라도 울지 마라”하시던 어머니,
“즐거운 마음으로 보내 드리세요”하시던 장 아폴리나 수녀님,
기억 속에 자리 잡는 모든 분들의 사랑에 감사드리며
넘치는 사랑의 성모님께
다시 한 번 5월을 빌어 고백합니다.
성모님의 착한 자녀가 되겠다고.
이재복(베르나르도·울산 성바오로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