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알람시계가 새벽 4시50분을 가르키면 어김없이 부시시 눈을 뜬다. 두 아이의 방에 들어가 딩굴고 엎드려 제멋대로 자고 있는 아이들을 다독거려놓고 덜깬 잠을 깨우려 세면장을 향한다.
『오늘은 춥고 어두우니 그냥 포근한 이불속으로 들어가 버릴까?』망설임으로 시간을 끈다.
지난해 봄, 상큼한 봄동안만이라도 새벽미사에 가리라 마음먹고 30분 거리의 새벽길을 나선 것이 어느덧 여름ㆍ가을ㆍ겨울을 보내고 새로운 봄을 맞는다.
어두운 겨울 새벽미사 길은 왜 그리 멀고 무섭든지…. 손에 쥔 묵주를 돌릴름도 없이 앞만 보고 성당을 향해 뛰다가 사람 그림자만 보고도 소스라쳐 놀란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새벽미사 길이 점차 익숙해지자 이상하리만큼 정겨움이 한층 더했다. 집에서 나서 어디쯤가면 어떤 분들이 새벽 출근길을 서두르고 있으며, 어느곳에 이르면 청소부 아저씨가 새벽길을 깨끗하게 쓸고 계시며 또 얼마를 가면 뚱뚱한 아주머니와 아들이 함께 신문을 돌리고 한참을 가면 교회에서 새벽기도를 마치고 돌아오는 아주머니와 마주치고, 좀더 가면 대구에서온 영업용 택시가 『대구 갑니다』하고 호객한다. 이 모든 만남들을 뒤로 하면 성당 스테인드 글라스로 비춰나오는 고운 불빛을 한눈에 머금고 내 날씬한 그림자와 함께 빠꼼히 열린 성당샛문을 통해 성당에 들어선다.
미사를 마치면서 『예수님 내일은 오지 않을거예요. 춥고 어둡고 무서워서 그러니 내일은 기다리지 마세요』라고 매일 예수님께 여쭙지만 온겨울을 바쁜새벽으로 보냈다.
지금은 가끔씩 남편이 동행하여 차로 모셔지는 편안함을 누리자만 겨울속에서도 봄을 준비하며 때를 기다리게 하시는 주님의 그 뜻을 아직도 헤아리지 못해 못내 부끄럽다.
오가는 1시간여 새벽미사길에 여러 느낌을 안겨주시고 마음속에 조각조각의 믿음을 새겨주시며 『내일 또 오너라. 난 항상 너를 기다린단다』하시는 주님의 목소리를 도리질하지 새벽미사를 권해 본다.
아침에 주부들의 시간은 참으로 바쁘다. 식사준비, 출근준비, 등교준비, 유치원준비까지 그래서 아침의 내모습은 군인처럼 잽싸다. 미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그때까지 쿨쿨거리는 가족들에게 다소 부드러운 음성으로 잠깨우고 손놀림은 기계적으로 움직인다.
어떨땐 내가 언제 이렇게 부지런해졌나 웃음도 나온다.
친구가 『그게 바로 은총이란거야 』한 말마디를 떠올리며 은총속에 살고 있는 행복한 내 모습에 대해 주님께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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