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신부님, 신부님을 잃은 크나 큰 슬픔이라고 헤아리듯 며칠째 계속해서 짓굿게 내리던 비도 이제는 말끔히 그치고, 초겨울처럼 으시시 춥던 날씨도 풀려서 지금은 따스한 햇빛이 띄엄띄엄 떠있는 구름 사이로 이곳 소년의 집과 소녀의 집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습니다. 신부님께서 늘 달리셨던 길가에는 어느새 개나리가 노오랗게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습니다. 신부님께서 그토록 아끼고 사랑했던 이 곳 버림받은 아이들의 보금자리인 소년의 집과 소녀의 집을 묵묵히 거닐어 봅니다.
여느때 같으면 떠들썩하게 있거나 운동을 하고 이곳저곳에서 자유스럽게 보내고 있을 시간이지만 지금은 엄숙할정도의 침묵과 고요가 이곳을 덮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신부님을 그리워하면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움직이고 생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장 신부님, 이러한 가운데서도 운동장 한쪽에서는 축구 선수들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말없이 연습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 작년 가을이었지요 종별선수권 대회 결승전때 불편하신 몸을 휠체어에 의지한채 선수들을 격려해 주셨던 신부님의 마지막 모습이 떠오릅니다. 언제나 시합이 있을때면 한결같이 운동모를 눌러 쓰시고는 불쑥 나타 나셔서 『열심히 뛰어라, 최선을 다해라』하시면서 선수들을 응원하시던 신부님의 열렬한 모습을 이제는 선수들의 굳굳한 모습에서 찾아볼수가 있습니다.
교장 신부님, 신부님께서는 학생들을 너무나 사랑하셨습니다. 학생들의 유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지 하시겠다던 신부님의 뜻을우리 모두는 알고 있습니다. 『학생들을 사랑으로 가르치고 사랑으로 대하라』고 늘 당부하셨던 신부님. 『비록 사회에서는 온갖 수모와 멸시와 냉대를 받았던 아이들이었지만 이곳 소년의집과 소녀의 집에서만은 인간으로서 인격적으로 대접해야 한다』고 늘 말씀하셨지요.
신부님의 모든 것을 남김없이 주셨던 아이들이 이제는 어른이 되어 신부님의 부음을 듣고 속속 이곳으로 모여들고 있습니다. 전국 곳곳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소년의 집 ,소녀의 집 출신 가족들이 모여 밤낮으로 아버지 신부님의 영전에 끊임없이 기도를바치고 있습니다.
신부님은 우리 모두의 곁을 떠나셨지만, 신부님은 결코 우리 모두의 곁을 떠나시지 않으셨습니다. 신부님은 우리 모두에게 살아 계십니다. 신부님의 관심은 우리 모두의 관심이고 신부님께서 하셨던일은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입니다. 한국에서 필리핀에서 멕시코에서 그리고 신부님을 돕는 많은 은인들의 나라에서 언제나처럼 신부님은 살아 계십니다. 『나는 하늘 나라에 가면 효과적으로 더 많은 일을 할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거기머물러 있지 않고 활동적으로 내려와 조용히 여러분을 도와 주겠습니다』신부님께서 남기신 이 마지막 유언이, 남아 있는 우리 모두에게 더 없는 용기와 크나큰 힘을 주고 있습니다.
신부님, 편히 쉬소서.
성모님, 몬시뇰 알로이시오를 품에 안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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