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약하라」
촛불을 켜든 부제나 사제가 부활성야때 부르는 노래이다. 특유한 곡 조와 내용을 가진, 길고 환희에 찬 이 부활찬가는 부활대축일의 성격과 특징을 단적으로 말해 주고 있다. 성탄의 분위기가 평화ㆍ고요ㆍ부드러움이라면 부활의 분위기는 평화ㆍ기쁨ㆍ환호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그리스도교의 토대, 그리스도교의 역동력, 그리스도교 가르침의 핵심, 그리스도교 가르침의 초점이다.
그리스도교가 기쁨의 종교ㆍ희망의 종교인 것은 그리스도의 부활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 날을 기쁨으로 맞이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부활로 세상의 악과 어둠에 대한 통쾌한 승리를 바라보기 때문만이 아니라 우리도 부활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기 때문이다.
과연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는 다시 오셔서 악인들을 멸망시키고 믿는 이들을 구원하여 당신의 영광에 참여케 하실 것이다.
그러기에 인생은 지극히 고통스러운 순간에서도 아름다운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부활의 영광과 승리만 보고 부활하신 예수 몸에 드러난 못자국과 창에 찔린 상처는 간과해 버리는 수가 많다.
또 예수께서 잡히시기 전날 밤에 게세마니동산에서 「무서워 떨며 번민하기 시작했다」 (마르14. 33)는 고뇌는 생활중 잊어버리기 쉽다.
무엇보다 죄없으신 예수께서 죄인들의 판단에 의해 십자가 처형받음으로해서, 하느님의 심판을 받게 됐다는 사실을 간과해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예수께서는 십자가에 달려 죽음으로써 하느님의 심판을 받고 온 인류의 죄를 용서해 주셨다. 그는 또 이때 서로간에 불화하게 지내던 빌라도와 헤로데를 화해시키셨다 (루가23. 12).
예수가 아니라, 하느님의 심판을 받을 우리가 「십자가의 죽음」을 통해 이웃들을 화해 시키는 몫을 맡아야 하지 않을까.
실로 떼이야르 드 샤르댕 신부의 말대로 『인간은 십자가의 실존적 구조이다』란 말이 절실하게 와 닿는다.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는 당시 약속하신 대로 재림하신다.
그때가 오늘일지 언제 일는지는 하느님외에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세상을 완성시켜 놔라』는 확고한 가르침이다.
「세상의 완성」이란 먼저 사랑이 충만하고 정의가 샘솟고 진리가 구현되는 세계를 말한다. 그리스도교 신자는 이 사명을 부여받은 자이다.
그런데 세계는 고사하고 우리가 사는 사회는 참으로 답답하다.
김수환추기경의 말대로 『우리 한국인은 참으로 병들어 있다』라는 표현 그대로다.
김추기경은 『과소비ㆍ사치ㆍ향락과 인명경시풍조에서 잘 드러나듯이 물질주의 황금만능주의에다 가치관 부재ㆍ인간성 상실로 깊이 병들어 있다』고 말하고 『그리하여 우리 사회전체가 윤리 도덕적으로 너무나 타락해 있다』고 지적했다.
추기경은 또 『이 병든 한국인은 마침내 많은 사람들의 근면과 성실에도 불구하고 돈만 아는 한국인. 함께 어울려 살 수 없는 한국인으로 오인되어 지금 세계 여러 곳에서 불신과 경제의 대상이 되고 경멸과 배척을 받는 경우도 없지 않게 되었다. 해외 여행자나 이민사회에서 야기되는 여러 문제들이 이를 잘 말하고 있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토록 부도덕하고 문제많은 사회에 그리스도의 부활을 믿고 있는 이가 1천만명. 전인구의 4분의 1이나 있다는 것은 무엇이 잘 못됐다는 말이 아닌가.
십자가없는 부활만 믿어온 탓이 아닌가.
부활이 하느님 당신 전능으로 이룩하시는 새로운 창조라면. 예수 부활의 경우에는 하느님께서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셨던 바로 그 시신을 「영적 몸」(I고린 15.44)「영광스러운 몸으로」(필립 3. 21)변화시키셨다. 왜 예수의 시신을 이용하셨을까? 십자가에 달려 죽으신 예수와 부활한 예수가 같은 분임을 드러내시려고 그렇게 하셨을 것이다.
그러므로 사랑을 위한 희생. 진리를 위한 각고. 정의를 위한 고통을 우리 크리스찬들은 바로 자신의 몸으로 겪어야 한다. 이를 등한이 해온 결과가 바로 오늘의 우리 사회 모습이 아닐까 싶다.
우리 가톨릭교회 내 문제만 해도 그렇다. 근래 10년내 외적인 교세는 급신장해온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말 현재로 현재 신자수가 2백92만여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인천교구장 나길모 주교가 부활메시지에서 밝힌 바에 의하면. 교구내에서 불과 37%의 신자들만 91년도의 주일미사에 참례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인천교구는 우리나라 15개 교구중에서 신자교육에 있어 가장 잘 돼 있는 교구라고 정평이 나 있는 교구이다. 타교구 평균보다 주일미사참례율이 결코 낮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신자들은 지역에 따라 약간 다르긴 하나. 주일미사참례율이 30~40% 정도이다.
신앙생활의 가장 기본인 주일미사참례조차 제대로 지켜지지않는 교회는 쇄신돼야 마땅하다. 사실 주일은 작은 부활대축일이기도 하다.
우리가 그리스도를 믿는 것은 대가를 바라서가 아니라 완전한자 예수의 인격과 행동을 배우는데 있다.
대가를 바랐던 예수의 제자들은 예수의 수난때 모두 도망가거나 배신해 버렸다.
그들은 예수의 부활후 새로 변화된 마음을 지니고 예수의 주위로 모여 들었다.
우리는 부활하신후 우리 가운데 현존하시는 그리스도와 함께 우리 주위의 그릇된 것들을 몸으로 기워갚으며 고쳐 나가자.
반드시 다시 살아나야할 우리는 고난의 잔도 마실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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