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러한 아이의 등짝을 밤낮없이 30분마다 5분씩 두들겨야 했다. 아이의 조그만 등을 때리며 평생동안 다시는 너를 때리는 일이 없을거라 생각하며 아픈 마음을 삭이었다. 그렇게 지성극성으로 두들겨댄 탓이었던지 안젤라는 많이 깨끗해진 폐를 가질 수 있었고. 그리고 입원한지 한달만에 병실식구들의 따뜻한 환송을 받으며 우린 병원생활을 끝내고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온 난 병원에서의 그 감사를 되새기며 주위에 있는 가톨릭신자의 인도를 받아 성당이란 곳에 첫발을 디뎠다. 예전의 내가 감히 근접할 수 없는 곳으로 여겼던 육중한 느낌의 성당에서 난 열심으로 하느님을 깨우쳤다. 우리를 가르쳐 주시던 수녀님께서도 힘껏 이끌어 주셨고 그렇게 교리를 시작한지 6개월이 지나 성탄으로 온 세계가 축제 분위기로 술렁거리던 12월 23일. 드디어 난 뜨거운 마음으로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다. 그 날을 난 얼마나 부푼 가슴으로 맞았던지. 지금 생각해도 그때의 황홀감이 전율하듯 전해온다.
순간마다 하느님께 충실하려 애쓰며 하느님 보시기에 마음에 드는 내가 되어 진정한 믿음의 자세로 내 이웃을 이끌 수 있는 신자의 길을 살려 한다. 성체조배를 가는 나의 발걸음이 무한한 기쁨으로 가볍게만 느껴지고. 기도하는 시간만큼은 누구도 방해할 수 없는. 내 삶의 중심이 될 하느님께서는 나의 딸 안젤라를 통해 불쏘시개로 사용되었을지도 모를 작은 가지 하나를 이렇게 굳건히 붙들어 주셨던 것이다.
내가 만약 주님을 알지 못했더라면. 내가 주님을 믿는 마음을 믿지 못했더라면 난 19개월이 지났어도 일어서지 못하는 아이를 보며 정신적으로 말할 수 없이 피폐된 히스테리컬한 여자가 되었을 거라고 상상해본다. 안젤라보다 한 두달 늦은 아이들이 엄마. 아빠를 부르고. 엄마손을 잡고 걸음마를 하고 동네아이들에 섞여 뛰노는 모습을 보며 내 가슴속에 묶인 쇠사슬이 철거덕거리는 소리를 덜어야 했으리라. 어쩌면 동화책속의 못된 계모들보다 더 악랄한 정신을 가졌을지 모를 내게 주님께서는 온화한 미소를 가진 나로 만들어 주셨다. 난 언제나 이렇게 기도한다.
『주님. 전 주님만을 믿고. 주님께서 하시는대로 따르겠나이다. 아멘』
실지로 안젤라는 예전보다 많은 행동들에 변화를 보여. 어딘가 모르게 드러나 보이던 멍청한 얼굴모습도 전차 사라지고. 방긋이 웃는 얼굴속엔 바로 하느님의 모습이 담겨있는 소담한 미소를 지을줄도 알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몇안되는 재주를 나타내 보이며 우리 맘을 기쁘게 해 줄줄로 알고 무엇보다 밝은 얼굴로 엄마를 바라보는 모습은 나를 마냥 즐겁게 한다. 자칫 잘못되었더라면 죄의 구렁속에 묶여 허덕였을지도 모르는 이 엄마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믿음을 깨우쳐준 천사. 그 이름 「이 안젤라」. 난 이 아이를 두고 우리 집안이 모두 주님을 알아 모실수 있는 성가정이 되도록. 그리고 나 자신 보다 충실한 주님의 일꾼이 될 수 있도록 기도드리고 싶다.
『주님. 이 가정이 언제나 주님 품안에서 사랑 가득 나누며 살아 갈 수 있는 성가정이 되도록 도와 주소서. 아멘』
지금까지 수고해주신 강미숙씨께 감사드립니다. 다음호부터는 경남 충무시 봉평동의 신철례(엔리카)씨와 「큰 고통 큰 기쁨」이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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