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 이녀석 실은 신부님 아들예요』 듣기에 따라서 호기심을 자극하고 묘한 상상을 불러 일으킨다. 맨 처음 아이의 엄마에게서 이말을 들었을 때 내가「가시나무새」의 주인공도 아닌터에 이게 무슨 망측한 소리인가. 사연인즉, 나 때문에 이 녀석이 세상의 빛을 보았다는 것이다. 「후」라 하는 아이의 이름은 창세기에서 따온 이름인데. 하느님께서 진흙으로 사람을 빚어 만드시고 「후」하고 당신 입김을 불어 넣어 숨을 쉬게 하였다는 데에서 착안하여 지은 것이다. 거기에 이 불초사제의 입김이 가세한 것이다. 그 녀석이 내 아들임을 인정하기를 서슴지 않는다.
전에 본당에서의 일이다. 마흔이 넘은 자매가 터울이 10년이 넘는 아들 둘을 두었는데 생각치도 않게 세번째 아이를 가지게 된것이다.
남편은 창피하다고 아우성이고 주위사람들도- 신자라는 사람들도 괜히 법석을 떨어 산모의 고통을 더욱 심하게 만들었다.
어느날 그댁의 가장이 면담을 요청. 사제와 신자의 관계를 떠나서 남자로서 방법을 가르쳐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어디 이게 방법을 찾을 일인가. 축하한다고 거듭 말하자 버럭 화를 내며 냉담을 선언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결국은 받아들였지만 참으로 신기한 일은 베들레헴의 바로 그 아기의 탄생처럼 아기의 탄생이 모든 상황을 역전시킨 것이다. 큰심이 기쁨으로. 탄식이 경탄으로. 온통 축제분위기로 만든 것이다. 사실 위기감이 없지 않았던 그 가정은 오히려 화목을 되찾았고 주위사람들도 전과는 달리 이구동성으로 축하하는 것이다. 은근히 염려했던 고3자리 큰아들도 학교에서 돌아오면 아기곁으로 달려오고. 난 그 녀석의 아버지란 명예스런 칭호와 함께 넘치는 감사를 받고 말이다.
「말이 많은 신부」의 입이지만 생명을 낳고 살리는 영험도 있나보다. 결혼을 통한 자녀출산은 아니지만 사제의 입김-명담. 성사. 말씀 선도 등-이 생명을 태어나게 한다면. 이것 역시 자녀출산이 아니겠는가.
하느님이 진흙을 빚어 입김을 불어 놓으니 사람이 되었다는 창세기의 말씀과 「말씀이 사람이 되신」 육화의 신비를 새삼 새겨본다. 「후」하면 아들이고 「호」하면 딸이 생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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