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병아리, 토끼, …그러나 나는「부활절」하면 우선 프리지어 꽃이 생각난다. 나는 일본 사람이다. 내가 한국에 오기전 일본의 작은 성당에서 있었던 프리지어 꽃향기 그윽한 부활절의 아름다움을 한국 신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그곳 성당에서는 부활절이 되면 매년신자들에게 프리지어 꽃을 몇송이씩 나누어주는 분이 있었다. 덕분에 부활미사는 꽃향기와 함께 황홀할 정도였다.
나는 영세 받기 전에 꽃행기가 그윽한 성당에서 미사를 드릴때마다 이렇게 마음이 아름다운 분이 누구인가 궁금해 했다. 내 마음의 상상은 그분을 그리고 또 그려 보았다.
와타나베 할머니, 그분은 신자이지만 작은 섬에 살고 계셔서 주일미사를 항상 참례하지는 못하셨다. 그러나 언제나 우리와 함께 미사를 드리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계셨다. 그래서 부활절이 돌아올 때마다 우리들에게 섬 특산물인 프리지어 꽃을 보내주신 것이다.
마침내 내가 그분을 뵙게 되었다. 내가 영세를 받게된 부활절날 와타나베 할머니는 프리지어를 한아름 안고 성당에 오셨던 것이다. 『함께 미사를 드리게 되어서 너무나 기쁘고. 주님께 감사한다』고 하시며 천사같이 웃으셨다. 우리도 반가움을 말로 다할수 없었다.
미사가 끝나고 할머니는 기쁜 마음으로 섬으로 돌아가셨다.
그런데 사흘후 할머니의 죽음을 듣게 되었다. 갑자기 쓰러지셔서 깨어나지 못하셨다고 한다. 하느님께선 할머니의 오랜 염원을 마지막으로 들어주신 후에 당신곁으로 조용히 부르셨나 생각했다.
부활절이 돌아올때마다 나는 프리지어 꽃향기 속에서 영세를 받던 그날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요즘 서울 거리에는 성당이나 교회가 부활절 준비로 분주해 보인다. 와타나베 할머니께서 하느님을 간구하셨던 아름답고 향기로운 마음. 나도 부족하나마 그런 마음으로 부활절을 맞이하고 싶어서 올해도 나의 작은 방에 프리지어를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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