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짝짝이 날개
예부터 옷이 날개라고 했는데. 요즈음의 날개는 정해진 치수가 따로 없는 듯이 보인다. 어깨쪽으로는 쿨렁쿨렁하여 아금받스러운 맛이 없고. 기장은 몸에 비해서 길어 보인다. 그런데다가 허리춤 안으로 들어가 있어야 할 속옷자락은 겉옷 밖으로 삐져나오기가 일쑤다. 어렵게 살던 옛날에는. 중학교에 들어갔다고 교복을 한벌 준비하면서. 졸업할 때까지 입을 양으로 기럭지나 품이 넉넉한 옷을 골랐다. 그러자니 팔보다 긴 옷소매와 다리보다 긴바짓가랑이는 속으로 접어서 넣고 꿰매야 했다. 그래서 그런지 요사이 젊은 아이들의 헐렁한 옷차림을 보자면. 돌고 돈다는 유행이라는게 별것이 아니구나 하는 묘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예전에는. 몸에 잘 맞으면서도 활동하기에는 별로 불편함이 없는. 멋이 있으면서도 적당하게 낙낙한 옷을 제일로 쳤다. 그런데 요즈음의 옷은 헐렁해서 마치 남의 옷을 빌려 입고 있는 듯이 보이는 데도.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여긴다. 그래서 옛차림의 기준이 몸에 밴 사람들은 당혹감을 느끼기까지 한다. 그리고 조금만 주의깊게 관찰하면. 옷만 그런게 아니라 매사가 그러한 듯이 보여져서 더욱 그러하다. 전통적인 것들은 한쪽으로 밀려나고. 어디서 왔는지조차 모를 것들이 나도 모르게 내 몸에 젖어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고 전통적인 것들을 찾아서 지키자는 젊은이들의 몸짓이 전혀 없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기성세대랄 수 있는 나부터 시작해서 많은 사람들이 짝짝이 날개를 달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느끼는 세태가 역겨울 뿐이다.
■ 선거는 왜 해
금년은 서거의 해라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싶다. 이미 우리는 제14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마쳤고. 이제는 지방 자치단체장과 대통령의 선거를 남겨놓고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지방 자치단체장 선거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연초 기자회견에서 그 연기의 뜻을 밝힌 바 있어. 이는 지금 정치의 쟁점이 되고 있다. 그리고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그간 문제점으로 제기되어온 바 있었던. 군 부재자투표가 마침내 부정의 사례로 고발되어서 이것 역시 정치의 쟁점으로 심각하게 부각되고 있다. 우리는 여기서 헐렁한 옷차림의, 아니 짝짝이 날개라서 제대로 날지를 못하는, 그래서 국민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는 정치현실에 현기증을 느낀다.
지방 자치단체장 선거만 해도 그렇다. 우리는 작년에서야 지방의회의 구성으로 자방자치의 행보를 다시 시작했다. 참으로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5ㆍ16 군사 쿠데타로 그 싹이 여지없이 문드러진 지방자치제가 다시 새 움을 트기 시작한 때문이다. 우리의 지방자치. 그것은 한 때 그 실시 시기가 남북통일 이후로 미루어지기도 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정치구도의 변화가 없는 한, 영영 우리 곁을 떠난것으로 생각하기도 했었다. 그러던 것이 6ㆍ29 이후에 참으로 어려운 정치과정을 거쳐서 법으로 정해지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그 6ㆍ29를 그렇게 자랑으로 삼던 대통령의 입에서 자치단체장 선거 연기가 발표된 것이다. 물론 한 해에 여러 차례의 선거를 치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하는 것을 모를 사람은 없을것이다. 그러나 지방자치는 정치 작품으로 만들어진 산물이고. 또 법으로 정해졌으니 이는 꼭 지켜져야 한다. 지방 자치단체장 선거를 연기해서, 대통령선거를 정부 여당 맘대로 치를 수 있다는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부재자투표. 이것도 군대에서의 부재자투표에 대해서는 예부터 말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처럼 부정의 의혹이 천하에 폭로되어 물의를 일으키기는 처음이 아닌가 싶다. 이를 지켜보는 우리의 염려는 실로 크다.
공명해야 할 선거부정도 문제지만. 더 염려되는 바는 군전체가 부정의 덩어리처럼 인식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군대의 사기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겠다. 따라서 관계 당사자들은 국민의 의혹을 씻어줄 수 있는 일들에 시간을 지체해서는 안된다. 밝힐 것은 분명히 밝히고. 또 가릴 것은 명백히 하여 하루빨리 군 본연의 위상을 찾아야 한다. 만일 제도에 문제가 있다면 정치적인 역량을 발휘해서 다음 선거를 치루기 전에 수정 보완해야 할것이다.
그래서 더이상 「상치 밭의 무엇」을 연상케 하는 일이 없어야겠다.
■ 맞는 걸로 입어야지
부활절에 세례받은 사람들이 입었던 「흰옷을 벗는다」는 부활 제2주일에. 우리가 입고 있는 옷차림이 자꾸만 맘에 걸림은 왜일까? 지금 입고 있는 옷이 아무래도 부자연스럽기만 하다. 철이 지난 것 같기도 하고 내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온 국민이 죄다 남의 옷을 걸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생각도 든다. 정치와 정치가가 제 옷을 입고 있는가. 종교와 종교인이 제 옷을 제대로 입고 있는가 하는 생각 말이다. 잘못 입었다면 벗어 버리자. 아니 벗겨주기라도 해야 할 것이 아닌가!
지금까지 수고해주신 조옥진 신부님. 최덕기 신부님. 장승재씨. 허종진씨께 감사드립니다. 이번호부터는 한상갑씨(전주해성중교사). 김을영씨(한국총신대교수). 김용백 신부(마산교구 총대리). 이계창 신부(대전교구 서산동문본당 주임)님께서 수고해주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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