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서 돌아온 막내아이가 「엄마! 빵이랑 과자랑 먹고 싶어요 좀 사주세요 엄마아!」「왜 너는 그렇게 철이 없니?」「친구들이 먹는것을 보니까 막 먹고 싶은걸요」「우리집 사정 알면서 무리한 요구를 하니까 엄마는 희망도 소망도 없어」 속상해 하는 내모습을 본 아이가 벽에 걸린 십자가상을 가리키며 「하느님 계시잖아요」한다. 순간 시어머님 말씀이 문득 떠올랐다.
『욥 성인 봐! 나중에는 옴병까지 걸렸으나 그래도 하느님께 감사만 드리니까 처음보다 더 좋게 해주셨잖아!』작년 이맘때. 뜻밖의 일로 우리 가정 경제가 물거품이 돼 버렸다. 경제적 수렁에 빠져 험한 인생의 길을 살아야할 또 다른 현실앞에서 경제적인 갈등의 터널은 참으로 힘들었다.
『주님! 거리에 앉아도 좋아요 아이들 교육만은 기회 놓치지 않게 해주십시오.』내 머리속은 복잡 다난한 서울거리(?)처럼 걷잡을수 없이 마음만 서성댔다. 기도가 되지않아 옥상 장독대에 올라가 본다. 앞산 소나무가 생기 있게 보였다. 겨울날 얼어붙은 날씨속에서도 인정사정없이 쌩쌩 불어대는 겨울바람을 보듬고서도 비틀거림 없이 또 다시 파란모습으로 우리들 앞에 서있는 소나무는 어쩜 세상을 달관한 자의 신성함 같았다.
내 현실 터널앞에서 육신과 정신의 아픔에 옴싹달싹 못한 자신이 증오스럽고 부끄러웠다. 내 마음이 아무리 찢기인들 예수님만큼 성모님만큼 아팠을까? 껍대기 믿음을 성체앞에서 성찰해본다.
「주님! 당신은 누구세요? 어느땐 알것같고 어느땐 캄캄해요」…「나는 나다. 네가 나를 몰랐지. 나는 너를 안다」조용히 마음안에 들려오는 아버지 말씀을 듣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집에 와보니 막내꼬마가 신문지에 둘둘 말아 싸둔 것을 내민다.「이게 뭐니?」「오늘이 엄마 생일이잖아요. 엄마 힘내세요」펴보니 번개탄1개.
아뿔사! 연로하신 친정 어머니께 전화한통 드리지 못한 불효가 왈칵 느껴져 나왔다. 육체적 정신적 아픔에 신음하는 사람들이 어쩜 다 내자신 같았다. 그토록-. 장아찌 처럼 절어있는 마음들을 깊은 묵상없이 쉽게 위로하러 뛰어들었던 나. 내 시련 체험을 통해서 진하게 알지 못했던 이웃의 고통을 뒤늦게 느끼고 지난날 내 활동의 모습이 가면(?)이었음을 성모님 앞에 눈물로 토해냈다.
저녁기도후 아이혼자 중얼거린다. 「요셉아 뭐 하니?」「다섯명 수호 천사께 기도 바쳐요」「뭐?」「우리식구 다섯 명이니까 다섯명 수호천사께 다섯번 바쳐요. 엄마! 예수님 십자가 길만큼 고통이 큰 사람은 없을걸요?」
「아! 그러셨구나!」주님께서는 철모른 아이를 통해 당신이 우리와 함께 하심을, 강한 호소력으로 나타내 보이심을 깨닫게 돼 목이 메인다. 시련이 마음을 찢어도 그 풍랑뒤에 주신 주님의 큰 뜻을 조금은 알것같다. 그래서 어떤 처지에서 든지「감사」하라 하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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