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대구대교구 약혼자 주말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이기철(바오로)·고효인(레지나) 부부.
저희 부부는 본당에서 청년회 활동을 하다가 만났습니다. 6년이라는 연애 기간을 거쳐, 우리 두 사람에게도 어느덧 결혼을 준비해야 할 시기가 왔었죠. 양가 상견례를 시작으로 여느 예비부부들처럼 형식적인 결혼 준비에 얽매이고 있었습니다. 또 혼인강좌를 수료해야 했기에 일정을 찾아보곤 했습니다.
그러던 중 본당 보좌신부님을 통해 ‘약혼자 주말’이라는 프로그램을 접하게 됐습니다. 평소 알고 있던 가나강좌와는 다르게 ‘약혼자 주말’은 2박3일 프로그램입니다. 예비부부를 위한 프로그램이라는 점은 같지만 ‘가나강좌’는 하루라는 짧은 시간에 이뤄지고, ‘약혼자 주말’은 2박3일이라는 제법 긴 시간을 둘에게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 두 사람은 ‘약혼자 주말’에 더 매력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약혼자 주말을 신청하려 했던 당시에는 서울대교구에서만 열리고 있었습니다. 서울 약혼자 주말은 인기가 너무 많아서 몇 달 전부터 마감이 되고 비신자들도 많이 참여한다는 것을 알고는 솔직히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대구대교구에서도 약혼자 주말이 시작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바로 참가 신청을 하고 지난 2월 그토록 기다리던 약혼자 주말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프로그램이 열린 한티순교성지에 도착하자마자 너무나 반갑게 맞아주신 신부님과 봉사자들 덕분에 시작부터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매시간 제일 앞자리에 앉아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그동안 오빠와 나눠보지 못했던 결혼에 관한 다양한 주제에 대해 2박3일을 지내면서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또 프로그램이 진행되면 될수록 ‘앞으로 살면서 우리 부부 서로가, 서로에게만 집중한 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정말 잘 왔구나 싶었습니다.
프로그램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말 중의 하나가 “결혼식은 하루지만 혼인은 평생이다”라는 말이었습니다. 결혼준비를 하면서 하루뿐인 결혼식에만 너무 집중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후회했습니다. 저희 두 사람처럼 예비부부 대부분은 하루뿐인 결혼식을 위해서는 몇 달을 신경 쓰고 준비합니다. 하지만 정작 평생을 함께하는 혼인 생활에 대해서는 별다른 준비가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함께 한 시간만큼은 결혼식이라는 물질적인 준비는 잊어버린 채 온전히 혼인 내면의 의미에 대해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점은 앞으로 저희 부부의 혼인 생활에 있어서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합니다. 약혼자 주말을 다녀온 후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주위 사람들에게 저희가 느낀 좋은 점들을 적극 알렸습니다. 올겨울 결혼을 앞둔 친한 동생에게도 축하한다는 말 대신 “약혼자 주말을 꼭 신청해”라고 말했습니다.
6월 16~18일 대구 사수동 툿찡 포교 베네딕도수녀회 영성관에서 대구대교구 두 번째 약혼자 주말이 진행된다고 합니다. 약혼자 주말은 정말 추천하고 싶은 프로그램입니다. 아직 약혼자 주말을 모르고 있는 예비부부라면 물질적인 것에 매달리기보다, 평생을 함께 할 결혼 생활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