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그녀가 나를 따라 성당엘 다니겠다고 나섰을 때 나는 솔직히 반가움보다는 경계와 두려움이 앞섰다.『제까짓것이 성당은 무슨 성당, 괜히 성당에 다닌답시고 코에 바람이나 넣고 돌아다닐 심산인 것을 누가 모를까봐』온 동네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수근대었고 나 또한 그녀 때문에 싸잡혀 욕을 먹지나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그도 그럴것이 그녀는 한동안 절에 다닌다고 쫓아다니더니 일순간 마음이 변해서 교회에 다녔다. 교회에 거의 미치다시피 광적인 행동도 서슴치 않았다. 일이 없는 농한기에는 동네 젊은 여자들과 어울려서 술집이나 춤추는 곳에도 자주 드나들었다. 그녀의 남편은 창피하다며 그녀와 함께 다니려고도 하지않을 정도로 천방지축이었다.
그렇다고 내맘대로『새댁 우리 성당에 오지말아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그저 두고보기로 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성당에 나오는 첫날부터 말썽을 피우기 시작했다. 나는 항상 11시 미사가 끝나면 12시 30분 차로 집에 돌아오는데 그녀는 나와함께 돌아오지를 않고 미사가 끝나자 곧 어디론가 사라졌다 저녘이 되어서야 어슬렁 어슬렁 돌아왔다. 그러니 내가 괜히 그녀의 남편 보기가 민망스러웠다. 동네사람들도 그럴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노골적으로 그녀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녀의 행동에 조금씩 변화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예비자 교리반에 입교하고 부터였다. 주일미사후에는 꼬박꼬박 12시30분 차로 집으로 돌아왔고 행동에 있어 조심하는 눈치가 보였다. 그녀의 남편도 그녀의 변화에 기뻐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며칠전에는 빨래집게를 사서 가길래 뭐할거냐고 물었다.『빨래를 하고 늘려고하니 빨래집게가 다 삭았잖아요』하였다. 나는 너무나 놀라와서『어머나! 웬일이세요 빨래를 다하고』하였더니『남편이 잘하면 나도 얼마든지 잘해줄 수 있어요』하는거 였다. 그녀가 주책만 부린다고 창피스러워서 어디를 갈때도 따로따로 가던 그들 부부가 이제는 빨래도 서로서로 도와가며 한다는 사실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신기하기 짝이 없다.
이제 이 기쁜 부활절을 맞이하며 그녀는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이 태어났다. 쓸모없다고 내어다 버려진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듯이 우리 인간의 눈으로 보았을 때 주책바가지요 천방지축이며 애물단지였던 그녀였지만 하느님의 자녀로서 거듭 태어나 그 누구보다 하느님의 합당한 자녀가 되어 큰일을 하리라 믿으며 다시한번 그녀의 영세를 진심으로 축복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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