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들의 삶 가운데서 하느님과 그 생명을 나눠줄 군종신부가 되기위한 교육중에 어제는 참 고맙게도 부활절 전야미사를 드릴 수 있었다. 어느 큰 본당의 성가대에도 못지않은 병사들과 성모회원들의 성가대에 훈련중인 우리신부들이 몇 끼고, 군종신부님 주위에도 마친가지로 까까머리의 신부들이 모여서 드리는 미사는 오랜만에 느낄수 있는 빠스카의 잔치가 되었다.
꽃그림이 있는 위문 편지에서 봄소식을 들었을때 비로소 연병장에는 그보다 더 곱고 많은 꽃들이 있음을 알수 있었듯이 잘차려진 제대는 아니었지만 수고와 땀이 진득한 이곳에서의 부활은 참으로 풍요로운 축제였다. 그도 그럴것이 사실, 나이어린 목사들과 법사들 가운데 그것도 군대를 모두 두번씩 오게되는 군종신부 후보생들은 중복되는 훈련과 어린 나이의 교관들이 퍼부어대는 반말속에서 무얼 생각하며 지내는지 물어볼 수는 없어도 아마 사춘기를 잘 묵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것이다. 더러는 일주일만에 6㎏이 빠진 나처럼 헬스클럽에 다니는 기분으로, 더러는 예수님보다도 긴 80여일의 피정을 하는 마음으로 지낸다지만 부활성야 미사를 지낸후 닭고기를 뜯는 모습에서 그이상의 기쁨도 엿 볼 수 있었다.
부활사건 이전에는 십자가에서 매력을 볼 수 없었다. 그저 저주스러운 죽음과 고통, 절망으로만 비쳤을 것이다. 그러나 부활은 모든 것을 바꾸어놓았다. 이제 십자가는 죄의 결과로 주어지는 고통과 절망과 죽음만이 아니라, 십자가는 사랑하는 이유로 질수 있는 사랑의 완전한 표현과 구원의 도구가 된 것이다.
이제 군종 사제가 되려고 하는 나는 전방 어느 산속 진지에서 만나게될 병사들을 위한 사랑으로 나에게 주어질 수고를 기꺼이 질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우리 주님을 닮으려면 말이다. 사실입대를 며칠 앞두고 있을때는 이런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듯 했고 더욱이 미장원에서 머리를 깎았을때는 마치 세상을 잃은듯까지 했으니 말이다. 혼자서 휴가를 나왔지만 관심있게 돌봐주지 못했고 군인들이 생각나기도 하고, 세상을 떠나는 사랑의 마음도 이렇겠지 하고 생각해보고 약해졌던게 사실이다. 과연 생각보다 어려운 훈련과정이지만 이제는 병사들을 기꺼이 돌보기 위한 군종사제로 마음을 새로하게 되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관계」라는 것이다. 주님의 부활사건은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연병장의 풀도, 목련도, 옛적에 배웠던 총검술이나 태권도도 그리고 주님의 십자가도 새롭게 느낄수 있게된 것이다. 이제 우리는 한동안 부활의 기쁨을 되새기고, 매 주일의 신비는 이 빠스카의 기쁨을 노래하는 것이될 것이다. 이 모든것이 나의 삶에 새로운 힘을 나누는 절기가 되어야겠다. 더 욕심을 낸다면 나와는 무관하다고 여길지도 모르는 소홀하기 쉬운 이웃들을 돌보는데 좀더 마음을 쓰고, 남으면 군종신부로 발돋움하는 군종 후보생 신부들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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