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날씨 탓인지 어머니의 건강 상태가 가장 안좋으시다. 약하신 몸이 유난히 봄을 타시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던 어느날, 어머니께서 심각하게 말씀을 꺼내셨다.『얘야, 내가 죽거든 장 속에 내가 입을 옷들을 다 준비해 놓았으니 그것으로 갈아입혀다우.』
나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왜 그런 말씀을 하세요』
『그리고 부탁인데, 내 수의는 명주로 해주었으면 좋겠구나. 흔히 들 삼베로 하지만, 어쩐지 아플 것 같구나. 죽은 몸이 뭘 알까마는 그래도 어쩐지 그럴것만 같구나.』
『어머니. 그런 걱정은 하지 마세요. 그런건 저희들이 알아서 다 최상으로 해드릴께요』
이렇게 답하자 어머니는 쇠잔한 얼굴에 엷은 미소를 띄우셨다. 그리고는『이제 와서 생각하니 나두 이만하면 오래 살았구, 여한도 없다만… 나같은 사람도 천당에 갈 수 있겠니?』하고 걱정스럽게 물으시는 것이었다.
『그럼요. 어머니 같은 분이 천당가시지 않고 누가 가겠어요』하였다. 우리 어머니는 평소에 천당 지옥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한 세상 살아가는 동안에 천당 지옥이 있다고 말씀하셔 왔었다.
『예전에는 그랬는데, 요즘은 그것도 아닌것 같구나. 내가 좀더 일찍 하느님을 알았더라면 하느님 위해 일도 많이 했을텐데, 이제 알만하니까 죽을때가 된것같구나』어머니는 환갑이 훨씬 넘어서 세례를 받으셨다. 그것이 후회가 되시는 모양이었다. 나는 이런 어머니를 어떻게 위로해 드릴까 생각하다가 성경을 펴서 루가복음 23장 42~43절을 읽어드렸다.
『어머니 사형수 도둑에게도 주님은 천당에 같이 가자고 하셨잖아요』
『그래도 인생을 너무 오래 헛산것 같아』
『걱정마세요 회개만 해도 천당 갈 자격은 충분한거에요. 하느님도 어머니 마음을 아실거에요』나의 말에 어머니는 안도의 미소를 지으셨다.
그 후 어머니는 기적적으로 회복되셨다. 바로 3년 전의 일이었다. 어머니는 회개와 하늘나라를 생각하시면서 자식들이 드리는 용돈을 꼬박꼬박 모아 봉헌하고 계신다. 우리 어머니는 현재 83세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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