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벽두 우리는 신선한 충격과 함께 한 복음의 증인을 맞이하게 됐다.
1942년 전주교구로부터 파견 중국 지하교회에서 50년간 사목하다 구랍 29일 귀국한 임복만 신부의 생애와 활동상 속에서 우리는 하느님의 권능을 느끼지 않을수 없다.
임 신부는 격변기 동북아역사가 계속되던 만주에서, 천주교를 백안시하던 일제말 군벌과 철저한 박해를 자행하던 중국 공산주의 치하 그리고 소위 문화혁명의 와중에서 투옥과 강제노동을 겪으면서도 올곧게 복음을 따라 산 이 시대의 증인이다.
임 신부의 파란만장한 삶을 아는 이들은, 이 분을 두고 「살아있는 순교자」라고 부르고 있다.
교황을 거부하는 중국 애국교회 가입 거부로」인한 강제노역, 복음서를 몇 권이나 손으로 베껴쓰기까지 하면서 펼쳐나간 선교활동, 감옥속에서도 제 몫의 음식을 다른 수인들에게 나누어 주다 자신은 기진한 사례 등은 그분의 전 생애가 복음적 삶이었다는 것을 드러내는 실증적 증거이다.
특히 임 신부의 복음적 정신이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은 1985년 5월 당시 전주교구장 박정일 주교로부터 귀국을 권유하는 편지에 대한 답장이다.
그때 이미 7순이 넘은 그는 이 답장에서 『저는 귀국할 생활이 전혀 없습니다. …이 넓은 천지에 많은 양들이 목자없이 사면팔방에 흩어져 굶주리며 목자를 찾는 애원의 소리 곳곳에서 들려 옵니다. 착한 목자라면 어찌 이 불쌍한 양들을 버리고 자기 자신의 안녕을 찾겠습니까? 저는 이 양들을 찾고 또 찾아 때를 따라 먹이고 때를 따라 마시우고 때를 따라 한 우리안에 평안히 쉬게 하려 합니다. 이것이 즉 하느님이 저에게 주신 사명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내 양떼들과 더불어 생사를 같이하고 고락을 같이하려 합니다…』
물량주의와 세속화의 거대한 물결이 넘쳐들어 오는 오늘날 한국교회의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은 임 신부의 편지글 속에서 우러나오는 뚜렷한 복음정신을 되새겨 보고 나름대로 자신의 삶 속에서 체현해 나가야 하리라 본다.
예수 그리스도가 당시 이스라엘 땅에서 하느님 나라의 도래를 삶으로 드러냈듯이, 교회는 하느님이 이 땅에서 계획하시는 바를 삶 자체로 실천해 나가야 한다.
이미 복음정신이 쇠퇴해 버린 서구의 교회를 점차 닮아가고 있는 우리 한국교회는 지금 이 시점 복음적인 삶과 복음정신이 압축된 순교자들의 정신에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된다.
한국교회 초창기 순교자들의 사생관이 물씬 배여있는 임복만 신부의 귀환은 다시한번 우리의 삶과 신앙의 올곧은 방향을 일깨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임 신부의 여생에 평화와 건강있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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