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유년 새해가 열리자마자 청주에서 발생한 상가아파트 붕괴사고는 많은 것을 생각케한다. 사고의 원인은 부실건물에 일어난 화재였지만 그로인해 4층의 아파트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고 그 과정에서 70여 명의 사상자와 59가구 3백50여 명이 졸지에 보금자리를 잃은 참극은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사고였다.
이 사고는 어쩌면 시일만 앞당겨졌을뿐 이미 예정된 것이었다. 붕괴현장에서 드러난 아파트 형체는 그야말로 속임수와 눈가림으로 점철돼 있었다. 건물의 뼈대가 되는 철근은 규정품을 사용하지 않았고 시멘트도 정량을 사용하지 않았다. 자갈과 모래를 적당히 혼합해 겉에 시멘트를 칠해놓은 그야말로 모래아파트를 지은 것이다.
그동안 벽과 바닥 등에서 많은 하자가 드러나 주민들이 시공회사나 관계기관에 보수를 요청했지만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혹시 하자보수라도 제때에 했더라면 다소의 희생이라도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안타까움도 가져보게 된다
한마디로 우암상가 아파트 붕괴는 인간 양심의 붕괴라고 말할수 있다. 돈이나 이권이나 물욕에 눈이 먼 시공업자와 뇌물에 사죽을 못쓰거나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공무원의 직무유기 등이 어울려 무죄한 희생자를 낳게한 것이다
곧 자기의 이익챙기기에만 급급한 시공업자나 공무원이 자기 책임을 다하지 못한 양심붕괴의 현상이 아파트 붕괴라는 외부현상으로 표출된 것이다.
이 사건은 우리사회의 한 단면을 잘 말해주고 있는듯 하다. 바깥은 시멘트나 커텐 등으로 포장되거나 가리워져 있어 잘 보이지 않지만 속은 자갈과 모래만 모여있거나 구멍이 뚫려있는 것이다. 여기에 조금만 자극이 가해지면 언제라도 쉽사리 쓰러지거나 무너져 내릴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는 것이다.
곧 우리가 인간관계에 있어 겉으로는 신사적이고 화사한 웃음을 보이지만 속으로는 미움과 질투와 멸시의 태도를 감추고 있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거짓과 위선과 속임수로 인간관계가 형성돼 있을때 그것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신년벽두에 이 불상사를 접하면서 우리는 뭣보다 먼저 정직성을 되찾아야 하겠다. 무디어지고 아예 녹슬어버린 인간 양심을 회복하는 일에 최우선점을 두어야 하겠다. 자신을 속이지 않듯 남을 속이지 말아야 하고 자기가 피해입기를 싫어하듯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아야할 것이다.
또 일시에 과도한 이득을 보려는 욕심을 제발 좀 버려야할 것이다. 결국 과욕은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불행으로 빠뜨릴 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법의 집행이 하루속히 엄격하고 공정하게 적용돼야 한다. 우리나라 만큼 돈이나 소위 「빽」이 여전히 잘 통하고 있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이 돈과 「빽」이 근절되지 않는 한 나라꼴이 제대로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청주 우암상가 아파트 붕괴는 우리 모두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계유년 첫 새벽 닭의 일깨움으로 받아들여야 하겠다. 아울러 이재민들에 대한 형제애적 도움의 손길이 늦추어지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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