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보험 카드를 만들 때까지 퇴원을 하기로 하고 의사선생님께 여쭈어 보니 그렇게 하라는 것입니다. 한 열흘 입원했는데 엄청난 치료비였습니다. 퇴원하는 날 아침 회진 때 다리를 들어보라고 하는데 아무리 힘을 주어도 발가락 하나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소변을 보지 못해 소변보는 호스를 끼워가지고 퇴원하는데 부모님과 아내는 그냥 집에서 누워 있을 수 없다며 지압하는 곳이 있는데 모든 병이 잘 낫는다고 하며 독촉하여 그곳에서 치료를 시작하였으나 「이것으로 병을 나을 수 있을까?」하는 의심만 났습니다. 30분 동안 지압을 받고 집에 돌아왔는데 누워서 다리에 힘을 주니 아침에 병원에서 꼼짝도 하지 않던 한쪽 다리가 10cm쯤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에서 정성껏 해보기로 용기를 가졌습니다.
그런데 매일 다녀야 하는데도 아버님은 직장 다니시고 어머님은 시골에 계셔야 하고 동생은 학교가고 애기 볼 사람도 없고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살아날 길이 생겼습니다. 옆방에 초등학교 5학년짜리가 애기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학교갔다 오면 돌봐주기로 했습니다. 이튿날 오후에 갈려고 택시를 잡아 놓고 타야만 하는데 업을 사람이 없는 겁니다. 생각다 못해 아내가 업겠다고 나섰으나 기가 막힐 일이었습니다. 몸무게가 70kg이나 되는 사람을 업겠다니 안된다고 했지만 막무가내였습니다. 시험삼아 업혀보라고 등을 대고 있는 아내의 등에 업혔더니 벌떡 일어나 택시 뒷좌석에 내려놓았습니다. 저 작은 체구에 어떻게 저런 힘이 솟아났는지. 나는 아직까지 아내를 한번 업어주지 못했는데! 운전기사가 옆에서 보고 있다가 하는 말이 『아줌마 어디서 그럼 힘이 솟아납니까?』『저도 모르겠어요. 업어 태워야만 한다는 마음으로 했는데…』정말 가슴이 뭉클해지며 울고 싶었지만 그럴수도 없고 혼자 속으로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내릴 때도 업히고 지압 받는 곳으로 가는데 길가는 사람마다 쳐다보고 문을 열고 들어가니 먼저 와서 기다리던 사람들이 놀란 눈으로 보았습니다. 한두 시간 기다린 끝에 30여 분의 지압을 받고 집에 돌아오면 애기가 반가워서 달려들며 아내는 젖 한 통 주고 나면 기저귀 빨랴 가게 보랴 밤 12시에 문 닫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초죽음이 되어 잠자는 모습을 보면 너무나 애처로워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차라리 죽어 버리면 아무 생각 없이 좋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혼자 죽을 수도 없고 아무것도 모르고 자라가는 애기 모습을 보면 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3일을 다니니까 다리가 조금씩 더 올라 갔습니다. 이제 나도 일어날 수 있겠구나 하며 큰 희망을 갖고 다녔지요. 아내는 힘들고 피곤해도 불평불만 없이 혼자서 참고 남편을 어떻게 해서라도 일어나게 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매일 다녀오면 조금씩 좋아지고 있어 아내는 더 큰 힘을 내며 다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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