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넘쳐도 탈이고 모자라도 탈이다. 가뭄ㆍ수재가 물의 부족과 넘침에서 온 것이고, 적당ㆍ적절ㆍ적정이 인간의 뜻대로 되지 않는데 고통이 따르는 것 같다.
한국의 여름 물은 이롭고도 무서운 것이다. 벼농사가 물을 필요로 하지만, 넘치면 1년 사업을 망쳐버리기 때문이다. 이 나라가 삼천리 금수강산이라고 하면서도 내가 철든 이후 나이 50이 되도록 한재와 수재를 겪지 아니한 해가 없었던 것 같다. 그 피해는 해마다 차이가 있었겠지만 인명 손실이나 상해도 적지 않았고, 수재 의연금도 걸렀던 해가 없었던 듯하다. 심지어 「평화의 댐」 공사 때는 사전에 수재를 막기 위한 국민의 엄청난 희생도 하였다. 그것의 불필요는 따질 겨를도 없지만….
한편, 우리는 물의 성스러움을 체험한다. 축성된 성수가 그것이다. 세례 때도 물에 잠기지는 않아도 이마에 물을 부어 온 몸을 깨끗이 정화시키고 성화된 것으로 대신한다. 가장 성스러운 물의 사용법이다. 내가 대학에 합격한 후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는데, 이웃 부인들이 내 대학 합격이 어머니 기도 덕분이었음을 강조하면서 기도하던 모습을 설명 묘사해 주었다. 나는 한 번도 어머니의 그 기도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새벽 마당에 소반을 놓고 정화수 한 그릇을 단정히 모신 후 손을 비비며 기도하고 무수히 절을 했다고 한다. 지금도 나는 내 삶의 중요한 부분이 어머니의 그 간절한 기도로 부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내 자식을 위해서 그렇게 주님을 향한 기도를 드리고자 한다. 그 때 그 깨끗한 물은 성스러운 것이었다.
물고기가 물을 떠날 수 없듯이 사람도 물을 떠날 수 없다. 그 물에 떠밀려 많은 것을 아니, 모든 것을 잃기도 하면서도 우리는 물속에서 살아야 한다. 이것도 이율배반이요, 부조리요, 역설일 게다.
왜 이 겨울에 물을 생각했을까? 폭설도 물의 변형이어서 그러하고, 저수지ㆍ댐ㆍ송수관 등 성공적 치수ㆍ방수 사업을 벌였지만 집집마다, 동네마다, 큰 지역ㆍ정부 차원의 대소 침수 대책을 기대해서 일게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의 노파심일까?
사실 뚱보나 훌쭉이도 신체상의 수재와 한재로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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