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년 5월에 그집에 가서보니 그때만 해도 큰아이가 5학년이고 2학년ㆍ1학년인 동생 이렇게 1남2녀와 늙으신 어머니가 계셨습니다. 어머니와 아이들을 보니 너무 초라하고 불쌍했습니다. 이한몸 희생하여 이 가정을 잘 꾸려 갈 수 있다면 이 또한 하느님 보시기에 좋으시지 않겠는가는 마음을 먹였습니다.
그뒤 3일후에 그사람은 숙직이라 하길래 아무연락없이 또 가보고 싶었습니다. 초인종을 누르는순간 큰아이가 어쩔줄몰라 하는 것이 었습니다. 왠 일인지도 모르고 문을 열고 들어서니 아이가 네명인 것입니다. 막내사내아이 다섯살까지 하나가 더 있었던 것입니다. 정말 그순간 나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이제껏 고생하고 살면서도 결혼은 생각도않고 살았는데 처음으로 결혼하려던 사람이 이렇게 속일 수가 있단말인가 너무 기가 막혀 집에 어떻게 왔는지도 모르게 와서 그저 울고만 있었습니다. 언니가 하는말이 왜 우는지 말을 하라는 것이였습니다. 도저히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좋은 혼처 다 마다하고 내가 선택한 사람이 나를 속였다고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언니가 하는 말이 아이가 하나 더 있더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말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떡였습니다. 그때 언니는 한참동안 말을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얼마후 언니는 모든 것을 없었던 것으로 하라는 것이였습니다. 저도 그순간 모든것 끝내리라 결심하고 회사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제가 아이 이야기를 했더니 그애는 자기애가 아니고 앞집애라는 것이었습니다. 내가보기엔 막내는 너무도 아빠와 닮았는데도 딱 잡아 떼는 것이었습니다. 이제는 더이상 생각하기도 싫으니 단념하라고 했었죠.
그후 한달동안 회사에 가서도 못본체하며 괴로움속에서 하루 하루를 보냈습니다. 전화가 매일같이 걸려와 꼭 할말이 있으니 한번만 만나달라고 애원하는 것이 었습니다. 그때부터 더욱더『하느님아버지 저는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제가 갈길을 바른 길로 인도해 주십시요 이길이 주님의 뜻이라면 저에게 짊어주시는 십자가라면 기꺼이 지고 갈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요』간절히 9일 기도를 바치며 매달렸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주님께서 저에게 응답해 주심을 느꼈습니다. 거절하면 할수록 저의 마음 밑바닥에는 동정과 사랑이 뒤범벅이 되어 그쪽으로 향하는 것이였습니다. 이 모두가 주님의 뜻으로 받아들이겠으니 늘 곁에서 지켜 주십시오 하며 마음을 굳히고 그 사람을 만나 제뜻을 전했습니다.
그랬더니 미안하고 고맙다며 자기로서는 거짓말을 안할수 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돈도 없고 병든 어머니에 자식이 넷이라면 어느 여자가 오겠느냐며 아이 하나라도 속이지 않고는 저에게 청혼을 할 수가 없었다는 겁니다. 그말을 들으니 그사람이 더 불쌍하고 아이들이 더 측은해 보여 가슴이 너무 아파왔습니다.
『그래 모두 나의 행복만 추구하고 돈에만 치우친다면 여느 사람과 다를 것이 무엇있겠는가 주님은 아무 조건없이 우리에게 베푸시는 사람이얼마나 오묘하신가. 나 또한 이길이 험하고 고통이 덮친들 어찌 예수님의 십자가상 고통에 만분의 일인들 비교하겠는가. 이한몸 사랑과 희생으로 한 가정을 이끌어 가리라』다짐하고 결혼날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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