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을 초월한 정치폭풍을 불러일으켰던 필리핀의 대통령선거가 끝났다. 선거 바로전까지 대통령 선거와 관련, 필리핀에서 희생된 무고한 인명의 수가 50여명을 넘었다는 외신에 놀라지않은 사람은 아마 없었다고 생각된다. 오랜 독재의 그늘에서 벗어나 민주화라는 개혁을 향해 화려하게 데뷔했던 필리핀이 오늘 맞고있는 혼선은 민주화의 과정에서 필리핀이 보여준 여러모습들에서 이미 예견이 되었던사항이었다.
한 나라가「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제대로된」민주국가로 발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련을 겪어야 하는지 최근의 필리핀은 그대로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혼돈과 혼미를 거듭하고 있는 필리핀의 정치적 방황을 보면서 우리의 정치현실을 열려할 수 밖에 없음은 가슴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정치라는 것 자체가 깨끗하기만을 기대할 수 없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요즘 전개되는 정치적 행태들은 역겨움을 금할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권후보경선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국민앞에 드러나고 있는 각종 대결 양상들은 탈법, 위법을 일삼고 있고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무겁기만하다.
그중에서도 지난 4년여동안 정권을 쥐고 운용해온 민자당내의 대통령후보 경선의 모습은 도대체 감이 사람들이 국민을 생각하는 사람들인지 의심을 하지 않을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그야말로『떡줄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김치국부터 마시는 격』이라는 말이 실감이 날 정도다.
지금 국민이 간절히 바라는 것은「이전투구」식의 대권싸움을 관전하는 것이 아니라 민생문제 전반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고민하는 모습이다. 만일 민자당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그것역시 지난 집권 시기동안 회복할수 없을정도로 전도된 모든 가치를 제궤도에 올려놓고자 하는 노력이다.
아직도 개발이라는 명분에 밀려많은 사람들이 집을 잃고 길거리로 쫓겨나고 있다. 대학입시라는 걸림돌은 아까운 청소년들이 여전히 스스로의 목숨을 파리처럼 내던지게 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사람이 사람을 믿을수가 없어 사람을 믿지않도록 하는 교육이 유치원에서, 국민학교에서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이쯤되면 집권당으로서 민자당이 해야할 일의 순서는 너무나 명백하지 않은가. 이 논리는 역시 집권욕으로 인해 이합집산을 거듭한 야당에게도 적용이 되어야마땅하다.
흔히 국민의 눈에서 눈물이 나오지 않을때 올바른 정치를 한다고 한다. 그동안 우리국민은 너무나 많은 눈물을 흘렸다. 이제 정치권은 국민이 흘린 눈물을 닦아주는 일에 전력해야 한다. 아니 더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해야만 할 것이다. 그것이 집권당, 그리고 야당이 함께 해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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