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싱그러운 5월, 맑고 푸르른 5월의 성모성월을 맞이하면, 나에겐 늘 생각나는게 있다. 지난 1983년 성지순례를 갔을 때, 「루르드」를 방문한 일이다.
「루르드」는 프랑스 남쪽의 국경을 막은 피레네(Pyrenees)산맥의 산록에 위치한 작은 마을인데, 1858년 2월 11일 이후 18회에 걸쳐 성모 마리아께서 벨라뎃다 수비루(Bern-adette Soubitrous, 1844~1879) 소녀에게 발현한 후로 세상에 널리 알려진 곳이다. 벨라뎃다에게 열 여덟번이나 발현하셨던「마싸비에유」동굴에 가보면, 발현시와 같은 모습으로 성모상이 안치되어 있는데, 이 성모상은 조각가「파비슈」의 작품으로 1864년 4월 4일 축성된 성모상이다. 오늘날까지 유명한 루르드의 성모상이다. 성모상 밑으로 미사봉헌을 위한 제대가 있고, 제대 왼편 동굴안에 자물쇠로 잠겨진 돌판 아래에는 1858년 2월 25일 아홉번째 발현시 성모님의 말씀에 따라 벨라뎃다가 땅을 파헤쳤을 때 솟아 올랐던 샘이 있는데, 이 물은 하루에 12만2천4백리터나 나오며, 몇 개의 저수통에 저장되어 수도관을 통해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마실 수 있도록 해놓았다. 이 물로 목욕도 하는데 자원봉사자들이 봉사하고 있다.
나는 루르드의 물을 여러 번 마셨다. 그러면서 성직수행에 필요한 건강을 주시도록 기도했다. 특히 피곤할 때마다 혀를 비롯한 입안에 구멍이 생기며 아픈 병을 낫게 해주십시고 두손 모아 기도드렸다. 같이 간 일행 중에는 목욕하는 분도 많았으나, 나는 물만 마셔도 될것이란 생각이 들어 마시기만했다. 몸에 조금만 피곤함이 느껴지는듯 해도 생기는 이 병은 1970년 대천성당을 신축할 때 무리를 해서 1주일정도 앓은 일이 있었는데, 그뒤로 몸이 좀 피곤하다 싶으면 생겨나는 고질병으로, 입을 열어 말하는데 지장을 느낄 뿐아니라, 자극성 있는 음식을 먹을 수도 없었다. 그래서 신자들은 내가 혀가 아파 말이 이상하다 싶으면『신부님, 또 입병 나셨군요』라고 할 정도로, 1970년부터 1983년 성지순례를 떠날때까지 거의 14년동안 시달려 왔다. 한번 병이 생겼다하면 보통으로 10일~20일 동안 계속 아프곤 했다. 그런데 루르드의 물을 먹은 후 깨끗이 나았다. 9년이 지난 지금까지 괜찮다. 그래서 나는 성모님께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될 경우에는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종종 이 사실을 말해주곤 한다.
(2) 현대에도 기적이 있을 수 있는가? 기적이란 무엇인가? 기적이란 하느님의 능력에 의해서 예외적으로 이루어진 감각 할만한 사실을 말한다. 기적은 하느님의 섭리가 인간 위에 나타남이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영광과 인간의 선이 모든 기적의 궁극 목적이다(요한 2장, 11장참조)
과연 기적이 있을 수 있는가? 우주를 창조하신 하느님의 존재를 인정하는 사람에겐 기적의 가능성은 문제될 것이없다. 하느님께서는 어떤 사람의 선행을 표창하기 위하여, 또는 세상 사람들의 신앙을 돕기 위하여 가끔 기적을 보여주신다. 어떤 기술을 배운 사람은 보통사람보다 더 기술을 발휘할 수 있듯이, 우주 만물의 제1원인이요 창조자이신 하느님은제2, 제3…의 중간인(中間因)인 자연적 방법을 거치지 않고, 직접 이러한 기적을 하실 수 있는 것이다.
어떤 특별한 사실이 기적이냐, 가능한 것이냐, 또는 순전히 설화냐 하는 문제는 확실성의 원리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1858년 7월 16일, 최후의 발현이 있은 후, 루르드가 속해있는「따르브」교구의「로렌스」주교는 신학자ㆍ과학자ㆍ의학자 등으로 조사단을 구성하여 발현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보고를 명하였다. 이들의 최종 결론은 자연적인 현상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 현상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마침내 로렌스 주교는『원죄 없으신 마리아, 천주의 성모께서 참으로 벨라뎃다에게 발현하셨다』고 루르드의 신심을 인정하였다.
Carrel Alexis(1873~1944)는 노벨상까지 받은 유명한 외과의사로서 루르드에 가서 임종에 가까운 결핵성 복막염 환자가 30분 이내에 완치되는 등 기타 많은 기적을 보고「루르드의 기적」이란 책을 내었다.
『이 기적적 치유사실을 보고 누구나 즉시 다음과 같은 점에 놀랄 것이다. 첫째로 병이 쉽게 빠르게 순식간에 낫는데 대하여, 둘째로 모든 치료방법이 완전히 전복된데 대하여, 셋째로 과학의 법칙과 예측과는 반대로 됨에 대하여, 현대과학을 무시하는 점에 대하여 이런 병을 낫게 한 원인은 감추어 보이지는 않지만 그 결과로 보아 거기에는 반드시 자연질서를 떠난 초자연적 힘이 작용하였다는 점에 대하여 놀랄 것이다』(루르드의 성모9장).
지금도 루르드에선 매년 평균 5~10건의 기적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현대에도 기적이 가끔 나타나긴 하지만, 초대에서처럼 그렇게 흔하진 않다. 초대엔 교회의 진실성을 기적으로 증명함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그런 기적이 아니라도 넉넉하기 때문이다. 2천년의 줄기찬 역사, 불명성, 무수한 순교자들과 성인성녀들의 배출 등이 바로 현대에 계속되는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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