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릴 땐 시골 할아버지댁에서 살았다. 그때가 여섯살로 기억된다. 엄마는『영아, 엄마 잠시나갔다 올테니 집 잘 지키고 있어라. 엄마 올 때 맛있는것 사가지고 올께』엄마는 나에게 당부를 하셨다. 혼자 집을 지키려니 쓸쓸하고 심심했다. 그래서「잠시 갔다 오는건데 뭐 괜찮겠지」난 이렇게 생각하고 광수집에 갔다.
광수집에서 동화책도 보고, 돌로 집짓기도 했다. 그런데 자꾸 집생각이 났다. 「엄만 아직 안 왔을거야. 좀 더 있다가 가야지」이런 생각이 내 발걸음을 묶었다. 시계를 보니 3시였다. 『광수야 잘 있어』인사를 하고는 발걸음을 빨리 했다.
「엄마가 야단치면 어쩌지」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기분이 좀 이상했다. 언제나 날 반겨주던 코스모스들도 왠지 축 늘어져 보였다. 훨훨 날아 다니던 나비들도 온데간데 없고…. 이런 것들이 내 마음을 더 급하게 했다. 집앞에 도착했다. 대문은 조금 열려있을 뿐이었다.
「엄마가 돌아오시진 않았을 거야. 괜히 마음만 조마조마 했네」난 이렇게 생각하며 대문을 열었다.
『어머나!』
난 깜짝 놀라 소리쳤다. 이게 어찌된 일인지. 닭장 속에 있어야 할 닭들이 마당에 피를 흘리며 목이 축 늘어져 있었다. 바로 옆집 개가 와서 물은 것이다.
그때 엄마가 오셨다. 『영아, 어찌된 일이니?』하며 내게 물으셨다. 난 울면서『광수네집에 갔다 와 보니…』난 더이상 말을 못했다. 엄마는 말없이 닭들을 치우셨다. 할아버지는 그후 병아리를 사서 정성껏 키우셨다. 그래서 이젠 아주 큰 닭이 되었다.
지금 그 닭을 보고 있으면 내가 집을 보지 않아서 죽은 닭들이 생각난다. 엄마 말을 듣지않았기 때문에 결국은 내가 닭을 죽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닭아, 닭아 꼬꼬닭아, 너희들을 죽게 한건 내탓이었어」난 그때를 생각하며 파란 하늘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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