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들의 가지에 맺힌 물오름은 저마다 시샘이라도 하듯 아름답기만 한 5월. 장미의 계절이기도 하며 교회 전례상 성모성월로 정해놓은 의미있는 달이다. 무엇보다 성모님의 신심을 거울삼아 Magnificat(성모마리아찬가)의「예」라는 대답을 우리도 배우고 연습하여 실제 믿음의 생활에 적용하는 법을 깨달아야 할것 같다. 또 대자연의 싱그러움으로 인한 생명의 신비를 깊이 묵상해 보아야 할때가 아닌가 싶다.
후자와 관련하여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낙태문제를 함께 나누고 싶다. 한국 보건사회부 연구원의 조사(91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연간 낙태건수가 1백만에서 1백20만가량이라고 발표한바 있다. 서울인구의 약 10분의1 정도로 이해가 간다. 실로 끔찍한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생명의 신비나 존엄성은 사라지고 그 행위에 대해 감각조차 둔탁해져 많은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뿐이다.
얼마전 산부인과를 찾을 일이 생겼다. 대뜸 간호원이 왈, 아기를 낳을 것인가를 묻는게 아닌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말이다. 그 말에는 낙태를 시킬것인가 라는 말도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어이없는 질문에 한순간 현기증이 나는듯 했으나 그 간호원의 단순한 표현 하나에 현대인들의 의식이 담겨져있다고 생각하며 말문을 막아 버린 적이 있었다. 말못하는 나무나 꽃들도 제각기 생명이 있으므로 사랑을 원할뿐만 아니라 혹 사람들의 거칠고도 예리한 도구에 의해 새 생명이 잘리기라도 한다면 어김없이 아픔을 표현하며 자기 생명의 지속을 갈망하는 듯한 모습을 노골적으로 드러냄을 읽을 수 있다. 하물며 캄캄한 엄마 뱃속에 있어서 자기 표현은 못할지언정 아기의 생명이 엄마 아빠의 숨결로부터 잘려 나간다면 수목들 못지않게 생명에 대한 태아들의 몸부림과 침묵속의 항거는 가히 짐작이 갈 만하다.
생명있는 모든것이라면 사랑을 원한다. 그런데 사랑은 차치하고서라도 생명의 연속만큼은 신중하고도 신성시 여길줄 아는 존엄을 가져야 하지않을까 싶다.
성모님의 신심이 가르쳐주듯이 모든 생명이 나에게서가 아닌 하느님으로부터 온다는 것을 믿는다면 문제는 어렵지 않을것이다. 인간이 사는 사회라면 물론 사람이 만든 인간의 법이 있겠으나 그것위에 우린 또 하느님의 법에 의해 보호받고 있다는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인간의 법은 더러 합리적이지 못하거나 그외 다른 이유로 어길수도 있겠으나 하느님의 법은 그렇지가 않고어길수도 없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않는다.
성모님은 믿음과 순종의 어머니이시다. 그리고 하느님 말씀을 내적으로 생활하신 분이시다. 이런 모범의 우리 어머니이신 그분께 자녀된 우리로서 그분의 덕행을 본받고 또 우리의 신심도 수목들이 죽죽 시원스레 자라나듯 그 형태를 닮아 무한히 뻗어 나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생명은 믿음처럼 작은데서부터 보이지 않게 싹이 터 날로 자람에 있어 이렇게 성숙되어 지는가 보다. 이 얼마나 고귀하고도 숭고한 작업인가!
이 푸른 5월에 세상의 이기와 오염에 물들지 않고 생명의 색깔인 대자연의 푸르름에 마음을 적셔 보았으면 한다. 늘 푸르고 싱싱하게, 성모님의 마음을 곁들여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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