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1월 2일 결혼하기로 하고 8월부터 그 사람도 입교하여 교리를 열심히 받았습니다. 86년 12월 22일 영세를 받고 신부님을 찾아뵜습니다. 우리의 사정을 대충 말씀드렸더니 개인면담을 하시더군요 신부님께서 저에게 결혼도 해보지 않은 처녀가 그 어려운 가정에 들어가 아이들을 키울수 있겠느냐고 하시며 심사숙고하라고 하셨습니다.
저는『저를 필요로 하고 또 서로 원한 길이니 열심히 끝까지 노력해서 잘살아보겠습니다』하고 집으로 와보니 서울에서 동생들로부터 몇번이나 전화가 와서 난리가 났다는 것입니다.
잠시후 또 전화가 왔는데 막내 여동생이 울면서 당장 서울로 올라 오라는 겁니다. 언니는 희생제물로 태어났느냐며 저희들 키우느라고 10여년 고생만했는데 또 남의 자식 하나 둘도 아닌 넷씩이나 어떻게 키우겠냐하며 저에게 미치지 않고는 그럴수가 없다는겁니다. 어려운 결심을 하고 난 뒤에도 우리의 결혼은 쉽지가 않았습니다. 저의 동생을 반대도 심했지만 그사람 형제들 반대도 심했답니다. 그사람 매형과 누님이 어느여자가 들어와 시어머니 모시고 남의 자식 넷이나 키우겠냐며 결혼하면 3일도 못살고 갈테니 차라리 애엄마를 데려다 살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우리의 굳은 결심은 아무도 꺽질 못했습니다.
드디어 신부님의 주례로 대건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그날따라 겨울이었는데도 비가 어찌나 억수같이 쏟아지든지 언니말이『너의 결혼이 얼마나 가슴아프면 하느님마저 울으시겠냐』는 말까지 했답니다. 제가 편안한 생활을 하기위하여 한 결혼은 아니지만 생각했던것보다 훨씬 더 어려웠습니다. 결혼하자마자 생활비 걱정에 극성스런 아이들 또 시어머니의 병고, 어머니의 병은 유방이 썩어가는 피부암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아침인사를 하려고 문을 열면 살이 썩는 냄새에 숨을 쉴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처음에는 비위가 상해 밥을 먹을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소독하고 상처에 붙였던 꺼즈를 화장실에 담가놓으면 피고름이 범벅이되어 미끈덕거려 눈을 뜨고는 빨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괴로움을 몇개월 참는 동안 아이들은 정에 메말라 있던 차라 저의 사랑을 별 저항없이 받아주었습니다.
그 상황속에서도 생활에 보탬이되기 위해 언니네 조그마한 양장수선가게에서 일을 거들어주고 저녁때와서 저녁준비하곤 했습니다. 그러는 나에게 언니는『네가 아무리 믿음으로 산다고해도 너도 인간이지 신이냐』하며 그집을 나오라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절대로 그럴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내가 편하고 행복한 생활을 하기위해 한 것이 아닌데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해서 어떻게 하느님과 약속을 저버릴 수 있느냐』고 했습니다.
그러는중에 또하나의 고통이 시작되었습니다. 남편이 나를 못믿는 것이었습니다. 시간만 있으면 집으로 전화해서 내가 집에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성당에 가도 확인하고 언니집에 가도 확인하며『살기 힘들고 살기싫으면 나가라』고 하질 않나『당신은 나를 사랑해서 나와 결혼한 것이 아니고 엄마와 자식들 때문에 결혼한 것 같다』고 생트집을 잡는 것이었습니다. 『자기는 얼굴도 못생기고 키도 작고 돈도 없고 무엇때문에 나와 결혼했느냐』며 자기자신을 비관하기까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에게 청혼할 때와는 정반대의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미칠것만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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