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사무실에 앉아 있었는데 낯선 남자분이 얼굴이 흥분된 상태로 들어와 자기는 어부이며 교우라고 신분을 밝힌뒤 이런 이야기를 하였다.
같은배의 어부들중에 20여명의 교우가 있는데 이들은 여건상 성사를 제대로 받지못하고 미사참례도 제대로 할 수 없기때문에 신앙생활에 갈증을 많이 느끼고 있다고 하였다. 그래서 가끔 항구에 정박할 때마다 가까운 공소나 성당을 찾아가는데 같은 신자이면서도 어쩐지 낯설고, 다른 신자들에게 외면당하는것같고, 어떤 경우에는 수도자나 성직자에게서도 무시당하는 경우가 있어서 자기는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난다고 하였다. 물론 선상생활이기때문에 머리도 길고 얼굴도 검고 험악하기때문인것은 인정하지만 어떤때는 도둑놈으로 오인된적도 있다고 하면서 기도하러 성당에 들어가 있으면 오며가며 힐끗힐끗 쳐다보고 성당에 왜 왔느냐고 물어보기때문에 평온한 마음 대신에 상처와 울분을 갖게된다고 하였다. 또한 그는 언제부터 교회가 마음대로 드나들수 없는 곳이 되었고 가난하고 허름한 사람은 의심부터 하고보는 풍토가 생겨났느냐고, 교회가 우리에게 무엇을 줄수 있으며 자기들은 어떻게해야 하느님에 대한 갈증을 채울수 있느냐고 열변을 토했다. 또한 답답한 마음으로 몇몇 신부님을 찾아뵈었지만 그들의 갈증을 채워줄 만한 답을 얻지 못하였노라고 하였다.
물론 그 형제의 말에 미흡함이 있다. 어느곳이든 먼저 사무실이나 수녀원에 들러서 자기의 용무를 확실히 밝혔는가 묻고 싶었지만 상처받은 마음에 선입견이나 반감을 가질까봐 묻지못하였다. 그리고 나도 다른이들과 똑같이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즉 교회가 당신에게 충분히 줄수없다면 원망만 하지말고 모든 것은 그분만이 알고 계시므로 오로지 그분께 의탁하고 신앙을 잃지 말라고 하였다. 그리고 만일 나에게 기회가 있다면 작은 외침이라도 부르짖을 것이며 나 역시 실천하겠노라고 하였다.
어디가도 마찬가지라는 그 형제의 마지막 말을 뒤로하며 나는 무거운 마음이되었다. 사람이 울분이 이는것은 보통의 경우보다는 보다 강한 그 무엇이 감정을 억제할수 없기때문이다.
누가 치유 해줘야하나, 왜 그는 상처당한 울분을 가지고 신앙을 버리지도 못하고 여기저기 헤매이는 것일까?
교회에 대하여 울분을 가진사람이 어디 그 형제뿐이겠는가. 마치 나무에 올라가 앉지도 않았는데 가지를 마구 흔들어 대는 것 같아 안스러움을 금할길 없었다.
이제는 먼이야기가 아닌것 같다. 정화되어야 한다는 점점의 외침들을 모아서 가슴에 되뇌이며 양심의 소리를 바로듣고 신앙을 실천하며 물질적 정신적으로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나 하나만도 주체하기 힘들다는 지독한 개인주의에서 탈피해야만 한다. 급변하는 사회속에서 교회안이 편히 쉴 수 있는 마지막 요람이기 때문이다.
너와 내가 하나될때 세상은 보다빨리「그리스도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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