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만치 보이는 십오척 높은 담장, 그위에 우뚝선 망루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새삼 지난날 내 자신이 지은죄의 무게가 양 어깨를 짖누르는듯한 압박감에 심한 어지러움증을 느끼곤 합니다. 한때의 실수로 기약할 수 없는 세월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죄인이지만 삶에 대한 애착보다, 생에 대한 미련보다 홀로있는 시간속에 문득 들여다본 인간의 내면, 그 본성을 알게되면서「초대받은 당신」을 통하여 천주님께 가까이 가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우리가 인생의 길을 걸어갈 때 조금은 평탄하고 조금은 험난한 길을, 때로는 눈비가 쏟아지는 고난의 길을 만나지만 모두는 그 속에서 한걸음씩 손잡고 나아가는 공동체의 작은 기쁨을 주고받을 수가 있습니다. 좁은길 작은문을 통하여 더 넓고 큰문을 바라볼수 있는 신앙의 궁극을 추구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편한 길, 순탄한 길을 찾아 세상 악과 타협하고 방탕하며 어둠의 세력과 결탁하여 환락과 쾌락만을 쫓던 불나비 같은 생활이었습니다.
이제는 세상에서 소외된 작은 모퉁이에서나마 통한의 눈물을 잉크로 삼아 내가 지은 죄악들을 회한의 두루마리에 적어보노라면 흉한 몰골과 썩어 냄새나는 육체에 침이라도 뱉고만 싶은 심정입니다.
비록 지금은 예전처럼 자유스러운 생활이 아닐지라도 홀로 있는 시간속에 무한한 자유가 있음을 깨달았고 부끄러운 마음을 무릅쓰고 머뭇거리며 내어민 손끝에는 주님의 피묻은 옷깃이 잡혔습니다.
오늘 당하는 고통과 괴로움이 내가 지은 죄의 당연한 결과라면, 아무런 죄도없이 고통과 고난과 죽음을 당하신 주님의 가없는 사랑에는 어떠한 말과 글이 그것을 표현할수가 있겠습니까. 더구나 아무것도 없이「초대받은 당신」만을 10개월여동안 뒤적인 부족하고 미숙하기만한 인간이 표현할 말은 더더구나 없습니다.
특수한 환경속에서 두손모아 도움 청할 곳은 전무하다 싶이 하였고 가슴 답답한 마음이야 혼자만의 안타까움일 뿐이었기에 외람된 일인지 알면서도 부끄러운 마음으로 주님께 손을 내밀던 그 마음으로 예비자가 읽음으로 영육간에 도움을 줄수있는 서적을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주님의 부활이 주님 사후좌절과 실망으로 뿔뿔이 흩어져간 사도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었듯이 천국잔치에 초대받기를 원하는 저에게 형제자매님의 도움으로 잔치집에 참석할수 있는 귀한 예복(주님의 말씀)을 허락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부활하신 주님이 성령과 함께 여러 교우님의 가정에 충만하시길 기원하면서 세상의 작은 모퉁이에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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