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날연후때의 일이었다. 남편과 함께 아이들을 데리고 서울 큰댁에 차례를 지내러 가기위해 새마을호 열차에 올랐다.
좌석에 앉은후 철도청에서 발행한 월간잡지가 놓여 있어서 무십코 책장을 넘기는데 큰 글자가 눈에 띠었다. 평소에도 불우한 이웃에게 사랑을 베푸는 정팔기(안나)라는 할머니께서 많은 재소자들을 자기 호적에 입적하고 주일마다 각 교도소를 방문하며 위로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정할머니는 20대에 청상과 부가되어 어려운 가운데서도 시부모님을 극진히 봉양했고 바느질 등 궂은일을 하시면서 외아들을 훌륭히 키웠고 지금 팔순을 바라보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늘 남을 도우면서 검소하게 생활하고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 내용을 읽고난후「우리사회에 참으로 훌륭한 분이 계시구나 나의 삶은 어떠한가 내가 남을 위해 사랑을 실천한 적이 있는가」하고 반성하면서 4시간동안 많은 것을 생각할수 있었다.
서울 큰댁에 도착한 다음날은 주일이었는데 남편의 제의로 명동성당에 가서 미사를 드리기로했다. 아침식사후 아이들을 큰댁에 놀도록 두고 모처럼 둘이서 즐거운 마음으로 시내구경을 하면서 도보로 30여분만에 성당에 도착했다. 처음 찾은 명동성당은 매우 크고 아름다웠으며 미사도 매시간마다 있었고 엄숙하였다.
마침 미사시간이 적당하게 맞아서 앞쪽에 앉았다. 마음의 준비를 하려고 십자고상을 바라보는 순간 오른쪽 앞자리 한 할머니의 모습이 전날 열차안에서 보았던 잡지의 정할머니사진과 꼭 같았다. 순간 나는 전부터 아는분을 만난것처럼 반가움과 설레임으로 그 할머니께 다가가서 여쭤보았다. 『혹시 철도청 잡지에 실린…』하고 말씀드리니까 할머니께서는 너무나 겸손하게『맞아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몰라야 하는데……』하고 말씀하시면서 자기의 선행이 드러나는것이 부끄럽다고 하였다. 할머니는 나의 손을 꼭잡고 반가워 하시면서 몇가지를 물어 보셨다.
그날 미사후, 정할머니를 만난것이 우연의 일치인가? 아니면 하느님의 인도인가?하고 생각하면서 나도 항상 이웃을 사랑하면서 생활하리라고 다짐하였다.
평소에 나는 초저녁에 일찍 잠이 들곤 한다. 큰댁에 다녀온 몇주후 어느날 늦도록 일이 있어서 밤늦게 무심히 TV를 켰다. 「우리는 지금」이라는 프로가 방영되고 있었는데 정할머니의 생활모습이 소개되고 있었다. 그 때 나는「이게 또 웬일인가?」하고 놀라면서 하느님께서는 내가 정할머니의 생활모습을 배우도록 정말 인도하시구는구나! 하고 거듭 생각 하였다. 그리고 정할머니의 모습을 통하여 나의 생활을 사랑의 실천으로 바꿔야겠다고 맹세하였다. 그날은 밤이 깊도록 쉬 잠이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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