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세 번 양치질을 할 때마다 시계를 보면서 3분을 채우는 게 귀찮아서 언제부턴가 3분에 맞는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사도신경, 주님의 기도, 성모송을 천천히 하다 보면 약 3분이 된다. 그래서 하루에 최소한 사도신경을 3번은 바치고 있다.
하지만, 주님의 사도가 되고자 늘 갈망하는 나도 2년 전엔 직장의 인간관계로 너무 힘이 들어서 부끄럽게도 ‘차라리 죽어 버리자’라는 극단적인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마음속 가득 어둠에 휩싸여 잠자리에 누워서 벽에 매달린 십자가를 바라보고 있는데 문득 “내가 너를 위해 이렇게 십자가에서 죽었는데 네가 왜 또 죽으려고 하느냐?”라는 주님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 순간 내 안의 모든 어둠이 사라지고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었다.
얼마 전 창작뮤지컬 ‘사도 베드로’를 보면서 일반적인 연극, 뮤지컬, 기타 다른 공연에서는 받을 수 없는 큰 감동, 특히 신앙적인 새로운 체험을 하게 되었다. 눈물과 웃음을 동시에 선사하는 여러 가지 장면 중에서 마지막 부분에 베드로가 박해를 피해 도망을 다니고 있을 때 예수님이 나타나 “베드로야! 내 양들은 어디에 있느냐?”라고 묻는 장면이 있다. 베드로가 “제가 주님의 양들을 버렸습니다”라고 흐느끼며 말하자 예수님께서는 “그렇다면 내가 로마로 가서 십자가를 다시 지겠다”라고 말씀하시고 이에 베드로가 “예수님! 그 말만은 하지 마십시오”라고 절규하듯 외친다. 이 장면을 보면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예수님의 사도들!
그들은 주님이 다시 십자가를 지지 않도록 그분의 십자가를 대신 지는 사람들이다.
나를 위해 십자가를 지신 주님께 감사하는 마음에서 머무르지 않고 착한 목자이신 주님의 십자가를 그분에게만 맡기지 않고 베드로 사도처럼 이제는 그분의 십자가를 대신 질 수 있는 주님의 사도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보았다.
공연 후 구매한 CD를 반복해서 듣고 있는데 아무리 들어도 지루하지 않고 공연의 감동이 계속 이어지는 듯하다. 특히 대사로 처리하지 않고 때론 애절한 목소리로 때론 절규하는 목소리의 노래로 극을 이어가는 방식이 너무 세련되고 품위 있었다.
공연을 기획하고 준비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주님의 영광이 그분들과 함께 하시길 기도하고 싶다.
김려옥